매일신문

성화속의 비밀 풀어라

'성화(聖畵)속에 담긴 8개 알파벳의 비밀을 풀어라'

격정의 르네상스를 꽃피운 최고의 그림을 소재로한 소설이 번역, 출간돼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독일작가 필리프 반덴베르크(59)의 '미켈란젤로의 복수'(안인희 옮김, 한길사 펴냄). 로마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에 숨겨진 비밀을 추적하는 이 작품은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토대로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허구가 구분하기 힘들만큼 긴밀하게 짜여진 역사소설. 기독교와 관련된 신학적 지식과 미켈란젤로를 축으로한 르네상스 미술사 지식이 이 작품의 바탕을 이루는 두 가지 지적 중심이다. 이런 핵심적인 지적 바탕위에 수많은 역사적인 일화와 재미있는 정보들이 작품 전체를 통해 거대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

시스티나 예배당은 길이 48미터, 너비 13미터, 높이 18미터의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바티칸궁전에 부속된 교황의 전용 예배당. 교황 식스투스 4세가 1473부터 8년에 걸쳐 세운 이 예배당은 르네상스 양식의 프레스코화로 유명하며 추기경회의가 열리는 장소로 쓰이기도 한다. 이 곳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비롯 페루지노, 보티첼리, 기를란다요 등이 그린 신약과 구약의 이야기들로 뒤덮여 있다. 원형의 천장에는 이 소설의 중심적 소재가 되는 거대한 천장화가 있는데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 343명이 그려져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인물이 아니라 사건 자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사건의 단초는 르네상스의 조형 언어에 변혁을 일으킨 거장 미켈란젤로의 벽화.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을 받아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를 그리게 된 미켈란젤로는 교황의 부당한 대우를 참지못해 그를 향한 분노를 그림속에 교묘히 숨겨놓는다. 그는 메디치가와 교황에의 봉사를 끊임없이 요구당하고, 최고의 예술가에 걸맞지 않는 대우를 받으며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침묵의 세월이 흐르고 천장화의 숨겨진 비밀이 세상에 드러난다. 복원공사과정에서 나중에 덧칠한 것을 벗겨내자 두루마리 위에 뚜렷하게 'A'라는 글자가 나타난다. 'I-F-A'라는 글자 배열과 'L'과 'U' 'B' 'A'가 차례로 발견된다. 'A-I-F-A-L-U-B-A'. 교황청에서는 이 문자의 의미를 밝히지 못한다면 그것을 지워야한다는 목소리마저 불거진다.

천장화에서 예상치 못한 문자가 출현하자 교황청은 심각한 고민에 빠져든다. 전문가들이 달려오고, 1급 기밀로 절대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조치가 내려진다. 이 의문의 답을 찾는 주인공은 옐리넥 추기경. 그는 역대 교황들의 비밀문서 저장고를 뒤져 미켈란젤로와 관련된 고문서를 찾아내 문자의 비밀을 풀어나간다는 줄거리다.

이 작품에서 사건을 다루는 작가의 솜씨는 탁월하다. 다중적인 시간구조가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마치 시간여행을 연상케 하는 줄거리를 따라가다보면 독자들은 마치 베일속에 가려진 중세의 거대한 비밀을 풀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특히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동원되는 기호학 지식과 밀교 지식, 숫자 상징들은 역사적, 지적 사실에 바탕을 둔 탄탄한 구조를 보여준다. 이런 바탕구조가 최종적으로 허구적 부분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를 만들어낸다.

우리에게 생소한 반덴베르크는 지적인 모험담과 소설로 전세계적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대표작인 '파라오의 저주' '녹색풍뎅이' '제5복음서' '미켈란젤로의 복수' 등 소설과 고고학 탐사 및 고대사 분야 논픽션 '네페르티티' '람세스 대왕' 등은 30개국어 이상으로 번역돼 총발간부수 1천600만부를 자랑하고 있다. 그는 그리스어와 라틴어, 역사 지식을 무기로 고대사 문화분야와 초기기독교 문헌, 판본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주로 이들 분야와 연관된 소설 및 논픽션들을 쓰고 있다.

책과 함께 별지로 따라나온 천장화 안내 지도를 짚어가면서 그림을 샅샅이 훑어가는 독서법도 이 책을 읽는 묘미를 더한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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