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어쩐지

세상살이가 자꾸 어려워지는것만 같다. 의료대란을 가까스로 넘기니 이번엔 금융대란 이란다. 뿐만 아니라 회원수가 대규모인 노조, 공단, 협회 등 이익집단들이 잇따라 제 목소리를 높이는 품이 천하 대란(大亂)의 조짐마저 보이는 요즘이다.이처럼 분출되는 갖가지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나라 살림이 흔들릴것이 뻔하기 때문에 정부가 수습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럼에도 정부는 수습능력을 잃고 있는듯 보이니 정말 큰 일이다.

◈북새통정국 천하대란의 조짐까지

도대체 정부는 무얼하고 있으며 정치9단인 DJ는 그 탁월한 지도력은 어디다 쓰자는 것인지, 이 북새통은 외면한채 북한 달래기에만 골몰 하는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교육공무원 명퇴 파동에서부터 옷 로비 사건, 공무원 연금법 개정문제, 최근의 의료대란에 이르기까지 어느것 하나 제대로 매듭을 지은것도 없고 또 투명하게 진상을 밝힌 것도 없이 불신감만 증폭시켜 왔다. 이런 판국에 이번엔 또 금융대란이라니 이러다 나라가 제대로 굴러 가기나 할까 싶은 걱정과 함께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의구심마저 갖게되는 것이다. 의료대란의 경우만해도 그렇다.

이미 지난해부터 예고된 상황인데도 안이하게 대처하다 파국을 불러들였으니 참으로 기가찬다. 의약분업의 경우 극한 사태가 오래전부터 예견된 만큼 신중하게 대책을 수립, '대란'을 예방했어야 했고 일단 정해진 방침은 어떤 일이 있어도 단호하게 밀고 나갔어야 했다.

유능한 정부라면 마땅히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에게 믿음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정부는 우왕좌왕 하며 눈치놀음이나 하다 미봉으로 간신히 사태를 봉합하는 무소신의 무기력한 자세를 보이는게 고작이었다. 의료대란을 비롯, 많은 사회문제를 수습하는 정부의 자세가 이쯤되고 보니 이제는 웬만한 이익집단도 관련부처 장관은 외면한채 아예 대통령과 직접 면담을 요구하고 있으니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이러다 DJ정권의 때 이른 권력누수 현상이 지금과 같은 정부의 무력증(無力症)과 맞물려 국정이 겉돌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조차 없지 않은 것이다.

어떤 이들은 정부가 이처럼 위기관리에 허점을 보이는 것은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우선 순위를 조정하고 통제하는 종합기능이 정부에 없기 때문이라 지적했고 또 어떤 사람은 남북정상회담의 열기에 휩싸여 국내 문제에 소홀한 때문이라 설명하고도 있다.

그럴싸 하다. 그러나 그 보다는 전적으로 '잘못된 인재등용' 때문에 국정이 표류하고 있다고 보아 마땅할 것 같다.

DJ정권은 집권초부터 개혁에 집착, 때묻지 않은 사람을 등용하는데 매달렸고 그 결과 오랜 경륜을 지닌 전문가 그룹이 불가피하게 퇴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새로 등용하는 신인을 정권안보차원에서 고향 따지고 과거 동지 따져 찾다보니 인재 등용의 폭이 좁아졌고 결과적으로 발탁된 인사의 상당수가 전문성에서 문제가 없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강한 정부로 다시 태어나라

요즘의 국정은 과거처럼 단순한 우국충정이나 애국심만으로 다룰 수 없을만큼 복잡다단한 면이 있다. 아무리 청렴강직 하다하더라도 자신이 맡은 분야의 흐름을 알고 10년후를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없으면 안된다. 그런데도 현 집권층은 능력보다는 정치논리로 접근한 경우가 많았고 그 결과 민주 정부 출범이래 무능한 인사들이 주요직에 앉아 정부에 대한 신뢰감만 떨어뜨린 경우를 우리는 적지않게 보아오고 있는 것이다.

DJ정권은 어찌보면 위기관리 정권이라해도 좋을만큼 잦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만큼 집권자가 국민신뢰를 회복, 위기를 돌파하려면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도덕적이어야 하고 동시에 인재등용에 과감해야 한다고 믿어진다.

출신지역과 여와 야를 떠난 거국적인 인재등용으로 난국을 돌파할 역량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지금 정부 여당이 갖추어야 할 위기관리의 기본인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까지도 정부가 낙하산 인사로 제 사람 요직에 앉히기에 급급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국익차원에서 백해무익일 뿐인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지금 정부가 유능하고 강력하게 거듭 태어나기를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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