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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대영박물관 한국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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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시인 새뮤얼 존슨은 '런던에 지친 자는 인생에 지친 자'라고 했다. 런던이 지니고 있는 역사성.세계성.다양성에 대한 자부심을 반영한 말일 것이다. 우리가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을 그대로 번역해 읽지 않고 굳이 '대영박물관'이라 부르는 까닭도 같은 맥락에 연유하고 있는지 모른다. 존슨 생존시(1753년)에 설립된 이 박물관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프랑스의 루브르와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고 있다. 해마다 5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려드는 이 박물관의 소장품은 무려 500만 점 이상이다. 인류 문명사를 총체적으로 보여 줄 정도로 세계 곳곳과 시대별 문화재들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어 '식민지 시대의 약탈품'이라는 비난에도 영국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찾지 않을 수 없다. 유명한 이집트의 로제타 스톤, 그리스의 엘진 마블 등도 이곳에 가야만 볼 수 있다. 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 유물도 3천200여점에 이른다. 그러나 소장품 가운데도 극히 일부만 전시돼 온 데다 진열된 곳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진 자리거나 복도.계단참이었다. 다행히 지난 1997년 85평 규모의 한국실을 임시로 개관, 삼국시대 고분 발굴품을 비롯 고려청자.조선 백자.범종.민속품들과 우리가 빌려준 문화재들이 전시돼 왔다. 이 박물관에 오는 11월 8일 비로소 전통 한옥을 갖춘 120평 규모의 한국실이 문을 연다는 소식이 들린다. 2층과 3층 사이 옛 도서관 자리에 마련되는 한국실에는 청동기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시기별로 전시장을 구성해 영국 소장품들과 전통 기와집.사랑방(2억원을 들여 한국 전통건축 전문가들이 만듦)을 포함해 국립중앙박물관이 빌려준 문화재들이 상설전시될 모양이다. 대영박물관의 한국실은 이미 개관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와 10월 개관 예정인 파리 기메박물관에 이어 네번째 경우다. 약탈당한 근거가 확실한 문화재는 외교적인 절차를 거쳐 반환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제 대접을 받도록 하고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문화 첨병'으로 만들어야 한다. 해외에 있는 문화재는 우리 문화의 전도사이자 대변인이기 때문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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