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이산가족 상봉

사람과 시간(時間)은 뗄레야 떼어낼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인지 시간에 얽힌 얘기도 많다. 아인슈타인은 "미녀와 1시간 같이 있는 것은 1분처럼 짧게 느껴지지만 추녀와의 1분은 1시간으로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상대성 원리"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우리 선조들은 "1각(刻)이 여삼추(如三秋)"라고도 했다. 얼마나 기다림이 절절했으면 '1각(15분)이 3년'으로 느껴졌을까. 이산가족들이 상봉의 순간을 기다리는 그 마음이야말로 '일각이 여삼추'일 것만 같다. 6.25전쟁을 전후, 1천만 가족이 뿔뿔이 헤어진지 50여년에 그들이 겪은 아픔과 고초는 어떠했을까. 이산의 아픔을 모르는 우리들이지만 가슴 아프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기왕 남북의 물꼬가 트인김에 원하는 이 모두 수시로 만나 부둥켜 안고 통곡하며 맺힌 한을 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여의치가 않다. 대한적십자사가 선정하는 8.15이산가족 교환방문단 신청자 7만5천900명중 1차대상자 400명을 컴퓨터로 선발했다. 당국은 이들 선정자중 200명을 다시 선발, 북한에 통보하고 북한에서 결과가 오면 100명을 최종 선발한다고 한다. 결국 신청자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인원선발로 경쟁률이 760대1이나 되자 대한적십자사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요원들의 개별 가정 방문을 통해 투병중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 법적 문제자 등을 골라내기로 했다는 것. 그러나 이에대해 반대쪽 사람들은 이산가족 상봉만은 공정성보다 절실성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으로 맞서고 있다. 노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일수록 죽기전에 한번만이라도 만나게 해주어 그 '절실한 한'을 풀어주는게 도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당국은 특별히 정책적 배려 케이스로 5%(5명)를 책정했다가 신청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황급히 철폐해 버렸다. 천륜의 정(情)을 나누는데도 공정성이니 절실성, 게다가 특별배려 등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나 나옴직한 속된 어휘가 동원되는 우리 현실이 참 안타깝기만 하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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