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야생동물 보호

지구상의 생물은 1천만종이 넘고, 인간이 확인한 것만도 140만여종이라고 한다. 이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역할을 한다. 미물이라도 이 세상에 태어난 명분이 없을 수 없다. 지렁이는 흙을 기름지게 하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마저 쓰레기를 분해하기도 한다. 이들 생물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돈으로 환산하면 2조9천280억 달러로 전세계 총생산액의 11%에 해당한다는 통계가 나온 적도 있다. 우리보다 훨씬 가난한 나라인 코스타리카는 전세계에서 모여드는 생태관광객들 덕에 지난 5년간 3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관광의 대상이 순전히 야생동물이라니 놀랍다. 날로 황폐화돼 가는 우리의 자연자원이 지켜져야만 하는 이유를 굳이 코스타리카의 경우에 견주지 않더라도 그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한심하다. '금수강산'이라던 국토가 각종 개발사업으로 찢기고 나뉘어져 야생동물의 삶터가 크게 흔들려 있다. 사냥이 대중화되면서 최소한의 규범도 사라졌다. 밀렵꾼들이 살상용 총까지 동원, 야생조수류를 닥치는대로 잡아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들마저 사라져가고 있다. '몸에 좋다'는 근거없는 소문 때문에 동면중인 개구리와 뱀의 보금자리가 파헤쳐지는 것은 예사다. 환경부는 7일 현행 자연환경보전법상의 야생 동.식물 관련 규정을 조수 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로 통폐합하고, 기존 양서.파충류도 보호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야생 동.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뱀이나 개구리를 함부로 잡는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형, 사먹는 사람은 1년 이하 징역형을 받게 될 모양이다. 야생동물의 밀렵이 자연생태계를 깨뜨리고, 결국 그 업보가 인간에게 끼치는 엄청난 범죄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법망을 피해 남획하는 밀렵꾼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려면 우리 모두가 감시자가 돼야 한다.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라는 말이 있지만 훌륭한 인재는 영험있는 땅, 수려한 자연환경 속에서 태어난다는 옛말이 새삼스럽기만 하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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