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허준이 우리에게 준 감동

*이제 무슨 재미로 사노?좭하고 TV 드라마 '허준'의 애청자들이 말한다고 한다. '허준' 최종회의 시청률이 64%를 넘어섰고, 평균 시청률도 55%이었다니까 그 인기는 그야말로 천정부지였다고나 할까?

'허준'이 사극인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드라마에 허준의 스승으로 나오는 유의태는 실제 허준보다 후대 사람이라고 어떤 역사가는 지적한다. 또 드라마 내용이 철저한 역사적인 고증을 바탕으로 했다기보다 시청자 구미에 맞춘 허구적인 요소가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어 자칫 오해의 소지도 있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허준'이 사극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는 점이다. 그 감동이 바로 시청자를 끈 요인이다. '허준'이 실제 인물 허준을 어느 정도 잘 묘사하였는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감동을 준 장본인은 실제 인물 허준이 아니라 드라마의 '허준'이기 때문이다.

'허준'이 준 감동을 몇가지로 정리해보자. 먼저 주인공 허준은 버림받은 사람들을 이해하였다는 점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올챙이적 시절을 쉽게 잊어버리지만 허준은 어의(御醫)가 되어서도 가난한 이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한 걸음 나아가 그들을 진정 사랑하였다. 광주민주화운동때 민초들이 무참하게 당한 일을 미처 몰랐노라고 말하면 면죄될 줄 아는 오늘의 정치 지도자와는 사뭇 다르다.

두 번째로 의원으로서의 사명을 깨닫고 실천하였다는 점이다. 그에게 의술은 출세 수단이 아니라 병든 자를 살리는 수단이었다. 최근 의료대란을 보면서 참의료인은 찾기 힘들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마지막으로 그는 넓은 아량을 가졌고 또 인내할 줄 알았다. '유도지'의 악의에 찬 모략까지도 넓은 도량으로 품고 참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까지 감동을 줄 수 있었다. 우리가 본받아야할 모습이다.

'허준'의 감동은 우리가 갖지 못한 것을 그가 가졌다는 것, 우리도 그러한 것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는 잠재적 열망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시청률로 응답한 것이라 보여진다.

경북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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