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문화가 한 국가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문화의 수출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와 효능을 안겨 준다. '문화의 세기'로 일컬어지는 21세기로 접어들면서 문화와 교역을 상호 연계하는 추세도 이 때문이다.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이미 1993년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여배우 소피마르소, 조각가 발다치니 등 유명한 예술인들을 공식 수행원으로 대동한 바도 있다. ▲흔히 해외에서 상품을 팔 때 원산지의 이미지, 특히 문화적 이미지가 함께 팔린다고 말한다. 우리의 수출 상품도 우리의 문화 이미지를 등에 업고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는 셈이다. 이같이 국가간의 외교관계에서도 문화의 힘은 막강하다. 우리가 고유한 문화를 끊임없이 가다듬어 완성도를 높이고 '살아서 진보하는 문화'로 발전시켜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유네스코는 전세계가 미국의 대중문화를 모방, 각 민족의 고유문화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각 민족의 전통적이고 다양한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총성도 없는 문화전쟁 시대에는 전통에 뿌리를 두되 미래를 향해 살아 움직이는 문화여야만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떠오를 수 있다. ▲최근 중국 대륙에서 우리의 대중문화가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낭보가 들린다. 신세대 사이에는 '바꿔(이정현)' '행복(H.O.T)' '많이 많이(구피)' '나나나(유승준)' 등을 한두 곡 쯤은 부를 줄 알아야 따돌림을 안받는다고도 한다. '사랑이 뭐길래' '별은 내 가슴에' 등의 드라마도 큰 인기다. 그래서 그들은 '한류(韓流)가 맹류(猛流'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중국의 이같은 우리 대중문화 열풍에 힘입어 한국산 제품들도 인기를 얻고 있는 모양이다. '마늘 분쟁'으로 한때 수입이 금지된 삼성 애니콜(휴대전화)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란다. 이제 우리는 고유한 문화를 현대적·과학적으로 용해하고 발전시켜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고부가가치 창출과도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문화정책을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짤 필요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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