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평양에서 지난 6월 15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사진을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어 일선학교에 배포한 것은 너무 성급한 처사라고 본다.
올해 개정된 초등학교 2학년 2학기 '바른 생활'의 보조 교과서인 '생활의 길잡이'의 '우리는 한겨레'라는 장(78쪽)에 실려 있는 이 사진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맞잡고 들어올린 모습을 담고 있다.
교육부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담당부서인 교육과정정책과와 교육과정평가원의 논의를 거친 뒤 이달 초 열린 교과용 도서중 바른생활 관련 심의회에서 이번 정상회담 개최에 따른 상징성을 고려해 원래 실렸던 10년 전의 남북적십자회담 사진을 빼고 대신 이 사진으로 교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경우에 견주어 보면 회담이 끝난지 1개월도 채 안된 시점에서 교과서의 사진을 전격 교체, 77만권이나 인쇄해 이미 배포까지 마쳤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그 동안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개편 과정에서 지명 표기 등 오류가 발견되거나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바꿀 필요가 있을 때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의견을 조율한 뒤 수정.보완해 왔다. 논란의 소지가 있거나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공청회 등을 열어 폭넓은 의견을 수렴한 뒤 개정 작업을 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 그런 절차들이 무시되는 것은 물론 졸속으로 성급하게 밀어붙인 감을 버리지 못하게 한다.
화해와 평화 및 상호공존이라는 남북 관계의 질적 변화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교과서 게재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아무리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교과서 사진은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과 남북 관계의 가변성을 고려한다면 좀더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옳았다. 아직은 예측할 수 없는 요인들이 너무나 많고 남북정상 선언의 성과마저 미지수로 남아 있는 형편이지 않은가.
더구나 남북정상회담이 있은지 불과 한달도 안되고, 학년 초도 아닌 중간에 교과서 사진을 갑자기 바꾼다는 것은 단견과 과잉 충성의 소치가 아닌지 의구심마저 버릴 수 없다. 이번 사진의 교체는 지금까지 반공교육에 익숙해온 학생들에게 큰 혼란을 빚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의아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으며, '교과서를 특정 정권 홍보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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