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엄삼탁 지부장을 경질, 공석으로 두는 '이상한'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당 안팎으로부터 비난을 자초한 민주당이 우여곡절 끝에 새 지부장에 칠곡출신의 장태완 의원(전국구)을 내정했다.
그러나 장태완체제 출범이 있기까지 민주당 지도부와 대구시지부 구성원들이 보인 행태는 한마디로 '콩가루집안' 그 자체였다.
이 과정에서 이민헌 사무처장이 자신을 중심으로 한 대행체제를 주장하기도 했고 이치호 전 의원을 새 지부장 후보로 부상시키며 상급자인 엄 지부장 경질에 깊이 개입하는 등 난맥상이 연출돼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과 반목만 조장됐다. 당 지도부도 뚜렷한 방침을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 했다.
민주당은 결국 20여일간 대안부재와 일대 혁신의 갈림길에서 엄 지부장의 유임과 새 지부장 옹립이라는 두 카드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당 지도부는 이 과정에서 엄 지부장이 대선 때부터의 당 공헌도도 크고 뚜렷한 결격사유가 없다는 점에서 유임시키든가 아니면 교체할 경우 다른 원외 인사로의 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박상희 의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박 의원이 고사를 한데다 다른 지구당위원장들도 당 지도부에 집단 사퇴의 배수진을 치며 박 의원 카드에 강력히 반발했다. 박 의원이 지역 연고성이나 당 공헌도에서 부족하며 현재 퇴출 기업인으로 거명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들의 반발 이면에는 뚜렷한 하자가 없는데도 어느날 갑자기 자신들도 엄 지부장처럼 '잘릴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였다.
이들은 대신 지난 24일 회의를 거쳐 포항대회에 내려온 서영훈 대표에게 다시 엄 지부장의 유임이나 이 것이 어려울 경우의 제 3안으로 새로운 카드인 장 의원을 거의 만장일치로 추천했다. 당 지도부는 25일 장 의원을 최종 낙점했다.
한편 장태완 체제로 새롭게 출범하는 민주당 대구시지부의 과제는 산적해 있다. 지부장의 사재출연이 없으면 전적으로 후원금에 의존해야 하는 열악한 재정문제, 전임자인 엄 지부장이 임명한 사무처장을 비롯한 사무처 직원의 인사문제, 그리고 집권 여당으로서의 위상회복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12.12사태 당시 전두환 신군부에 항거한 수경사령관, 그리고 재향군인회장으로의 부활 등 '화려한'경력을 가진 군인인 장 지부장의 행보가 주목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李東寬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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