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에 대한 12개 은행의 채권 만기연장으로 지난 24일 한국기업평가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으로 촉발된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일단 한고비를 넘기게 됐다.그러나 이같은 시혜적 조치는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현대건설의 자금난을 근본부터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일치된 시각이다. 바로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한 금융기관의 지원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것이다.
26일 한 시중은행장은 "현대건설이 위기를 맞게 된 근본적 원인은 정부와 금융기관이 아니라 시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경영환경의 변화를 지금껏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그룹의 경영진은 정부와 금융기관이 지원만 해주면 문제는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는 구태의연한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현대건설의 자금난은 한기평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아니라 지지부진한 계열분리와 자구노력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 둔감한 시대착오적 행태가 근본원인"이라고 질타했다.
신용등급 하향조정 이후 현대측의 반응을 보면 이같은 지적은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현대는 신용등급 하락을 현대그룹의 분리을 촉진하기 위해 신용평가기관을 동원한 정부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현대건설의 회사채가 오래전부터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비춰 설득력이 전혀 없다. 말하자면 한기평의 신용등급 조정은 시장이 오래전에 취한 조치를 공식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현대건설의 주장은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신용평가기관과 정부가 짜고 벌인 음모라고 투정을 부리는 것밖에 안된다.
이번 현대건설 사태는 또 지역기업에도 좋은 반면교사가 될 것 같다. 경영환경이 서울보다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무기로 시장이 어떻게 보고 있든 상관하지 않고 금융기관과 정부의 지원만 있으면 살아날 수 있다는 안이한 자세를 갖고 있지는 않은지 지역기업은들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鄭敬勳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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