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돌이 공부방 열기

"농어촌 학생들의 모자라는 공부는 우리 경찰이 맡겠습니다. 충성!"경북경찰청 산하 경찰서와 방범순찰대 등에서 진행하는 '포돌이 공부방'이 농어촌과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과외는 커녕 학원수강 조차 힘든 학생들에게 대학 출신의 전.의경들이 무료로 과외지도를 해 줌으로써 교육 기회 불평등과 소외감을 떨쳐주는 것은 물론 학습 의욕을 더욱 더 자극하고 있는 것.지난 4월말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과외가 사실상 전면 허용되자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지역에서는 고액과외 등장과 과외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교육당국과 여론의 관심도 온통 여기에만 집중됐다.

하지만 정작 더 심각한 문제는 과외를 받고 싶어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속만 태우는 학생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 농어촌의 경우 마을에 변변한 학원조차 없는 실정이다 보니 과외는 꿈도 못 꾸고, 커져만 가는 도시 학생들과의 실력 격차에 걱정만 쌓이고 있다.

지난해 복지시설 학생들에 대한 무료 강습에서 시작된 포돌이 공부방이 올 봄부터 급격히 늘어나면서 농어촌에서 인기가 치솟는 것도 여기서 비롯됐다.

공부방의 시작은 지난해 8월. 경북경찰청 기동 2중대(당시 중대장 이승협 경감) 소속 13명의 전.의경이 선린애육원생 20명을 대상으로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컴퓨터 등 5개 과목을 가르치고 나서면서부터. 전.의경들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같이 선린애육원을 드나들면서 과외 못지 않게 강도 높고 내실 있는 공부를 시키고 있다. 원생들 사이에 이들은 '젊은 선생님'이자 형이나 오빠같은 존재가 됐다.

두달이 지난 10월에는 울릉도에도 공부방이 생겼다. 울릉경찰서 안학주 정보보안과장이 직접 영어강사로 나서는 등 5명의 '경찰 선생님'이 울릉종고생 15명을 대상으로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2시간씩 학생들이 경찰서를 찾아 공부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에게 경찰서는 '왠지 가기 싫은 곳'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학원'같은 친근한 존재로 자리잡았다.

과외 허용 이후 포돌이 공부방은 지역마다 계속 생겨나면서 인기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포항남부서가 지난 4월말 대송중학교 등 3곳에서 주5일 150여명의 학생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공부방을 연 후 6월에는 울진, 구미, 안동, 7월에도 경산, 영양에 공부방이 생겼다. 8개 지역 공부방에서 전.의경들의 지도를 받는 학생 수도 400명을 넘고 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학생, 학부모 모두 포돌이 공부방에 대해 호평하고 있어 전.의경들의 보람도 크다"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공부방 운영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과외시장이 완전히 풀렸으나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교육당국, 학생들의 과외 행렬과 과외 소외가 엇갈리는 가운데서 한숨 쉬고 있는 교사들, 이 사이에서 20대 전.의경들이 앞장서 젊음을 태우는 포돌이 공부방. 학생들에게는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는 곳으로, 주민들에게는 과외를 제대로 못 시켜주는 씁쓸함을 달래는 곳으로, 농어촌에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裵洪珞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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