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하르토.마르코스 부정축재수사

동남아의 두 전직 대통령 수하르토와 마르코스의 재임 시절 부정축재 및 해외재산 도피 문제가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계속 어려움 속으로 몰고 있다. 두 사람에 대한 재산도피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사법부의 뿌리깊은 권력형 해바라기 수사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검찰청은 수하르토의 재산 해외도피 의혹에 대해 집중 조사했으나 물증을 찾지 못하고 1조4천억 루피아(1천800억원)의 국가재산을 착복한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하고 수사를 종결한다고 지난 26일 발표했다. 검찰 수사 결과, 과거 집권기간중 수하르토가 이사장직을 맡았던 7개 자선재단을 통해 국가재산을 착복했다는 혐의만 드러났다는 것.

이에 대해 재야 법조계와 언론은 대통령의 권한을 악용해 거액의 재산을 불법 축재한 혐의를 밝히지 못한채 수사를 끝낸 것은 수하르토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축소수사라며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강력 성토하고 있다.

또한 지난 수십년간 수하르토의 수석 고문직을 맡았던 마르주키 다루스만 검찰총장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수사를 했는지 여부도 의심 받고 있다.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것.

8월 국민협의회(MFR) 연례총회에서 집중 부각될 와히드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분산시키고 수하르토 처벌을 반대하는 구 여권인사들을 무마하기 위해 처음부터 부분처벌 각본을 갖고 조사를 진행했을 것이라는게 재야 법조계의 판단이다.

결과적으로는 검찰 각본대로 이번 사건 역시 유야무야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변호인단은 치명적인 뇌손상으로 인해 그의 법정진술에 증거 능력이 없다며 법률행위 무능력자에 대한 재판 자체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기까지 하다. 담당 판사 대부분이 과거에 꼭두각시 노력을 한 전력이 있는 것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수천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검찰의 수사 종결 발표 다음날인 27일부터 자카르타와 자바지역 주요 도심에서 수하르토 응징을 요구하며 골카르당 사무실을 파괴하고 당기를 불태우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필리핀=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재산 도피 의혹이 최근들어 증폭되고 있다. 마르코스의 도피 재산이 홍콩 은행에 분산 예치돼 있다는 홍콩측 재판 결과가 나와 파문이 커졌으며, 민간단체들은 마르코스 관련 계좌 동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홍콩에서의 한 사건과 관련돼 이뤄진 조사 결과 마르코스는 비자금 200억 홍콩달러(약 3조원) 가량을 해외에 도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돈을 예치한 HSBC(홍콩 상하이은행) 계좌와 관련, 최근엔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가 인출을 위해 홍콩 범죄단과 공모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져 필리핀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이 은행에 맡겨져 있는 26억 달러 이상을 찾아 줄 경우 35%의 수수료를 주겠다는 거래를 했다는 것.

HSBC 자금 인출을 시도한 혐의로 축오이퐁이라는 범죄조직원이 지난 3월 체포됐으며, 그는 지난 27일 있은 공판에서 이런 사실을 진술했다.

이와 관련, 1986년에 마르코스 정권을 무너뜨린 반체제 조직 '필리핀 주교-기업인회의'의 콘세시온 의장은 "정부가 비자금 회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뒤, 비자금 예치 은행인 홍콩 상하이은행(HSBC)과 중국은행에 대해 "마르코스와 가족들의 계좌를 동결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HSBC 대변인은 "고객 예치금 내역은 비밀인데다 재판이 진행중인 만큼 논평할 수 없다"고 일축했으며, 중국은행 역시 침묵하고 있다.

그동안 필리핀 정부가 미화 100억 달러로 추정되는 마르코스 가족들의 해외 재산 회수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도피 내역이 베일에 가려 아무 소용이 없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