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애증(愛憎)처럼 간사한 것도, 또한 그것처럼 눈물겨운 것도 없다.짝사랑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늘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사랑이 얼마나 진하고 짙었으면 목숨조차 끊었겠는가.
그런데 나는 왜 한번도 그런 사랑을 못해 보았을까. 그런 사랑 한번 못해보고 덤덤하게 살아왔던 자신이 어쩐지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윗사람에 대한 짝사랑은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한다. 그 사랑처럼 추해 보이는 것도 없다. 윗사람한테 사랑을 받던 자들이 옛날의 사랑을 되찾으려고 애쓰는 눈물겨운 노력, 아무리 애를 써도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의 좌절과 배신, 그리고 이들의 돌팔매질, 권력 판의 짝사랑은 이래서 더욱 추하다.
절대군주 밑에서 살던 그 옛날에는 임금이 사약을 내려도 임 향한 일편단심 운운하면서 기꺼이 그 사약을 마셨고, 그것이 충성의 표본으로 추앙을 받았다. 그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순순히 사약을 받으면 그 자신의 죽음으로 끝나지만 반항하는 경우에는 삼족이 멸족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의 정치판은 사정이 달라졌다. 윗 분의 사랑이 식어졌다 싶으면 주저없이 박차고 나가서 스스로 다른 판을 차린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당이 많이 생기는 것도 이런 까닭이 아닌가 싶다.
위(衛)의 영공은 미자하(彌子瑕)라는 미소년을 사랑했다. 이 임금은 동성연애자였다. 영공은 하루라도 그를 못 보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신하들은 이것을 질투해서 어떻게 하든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다.
어느날 미자하의 어머니가 갑자기 병에 걸렸다. 그가 그 소식을 들은 것은 한밤중이었다. 그는 임금의 수레를 타고 어미에게로 달려갔다. 허락도 받지 않고 임금의 수레를 함부로 쓴 죄는 발바닥을 자르는 월형에 해당된다. 그가 그렇게 한 것은 임금의 허락을 받을 경황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임금이 워낙 그를 사랑하므로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여겼던 탓이었다.
다음날 그 사실을 안 대신들은 이때다 하고 미자하의 불경죄를 들고 나왔으나 영공은 오히려 그를 싸고돌았다.
"그는 효성스러운 사람이다. 어미를 위해서 발을 잘리는 형을 받을 것조차 잊었으니 그 지극한 효성을 알만하다. 그대들은 그처럼 어미에 대해 효성스러울 수 있는가?"
어느 때, 미자하가 복숭아를 먹다가 마침 영공이 지나가자 먹던 복숭아를 바쳤더니 임금은 그것을 받아서 맛있게 먹었다. 그 광경을 본 신하들이 그 사건을 들고일어났으나 영공은 다른 말을 했다.
"그는 자신을 돌보지 않는 사람이다. 맛있는 복숭아를 혼자 다 먹어 버리지 않고 나에게 바치는 것을 보면 그 충성을 알만하다"
이런 판국이니 어떤 이유로도 임금과 미자하를 갈라놓을 수 없었다. 신하들은 때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세월은 인간의 애증도 변화시킨다. 어느덧 아름답던 미소년도 점점 나이가 들면서 용모가 추해져 갔고, 용모가 추해가자 그에 대한 임금의 사랑도 조금씩 식어갔다.
"미자하에 대한 주상의 사랑이 전일만 못한 것 같다!"
신하들은 그것을 눈치채고 중상하고 참소했다. 미자하에 대한 사랑이 식어 가는 중이라 임금이 이들의 참소를 받아들인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렇다! 놈은 허락도 받지 않고 과인의 수레를 썼으며, 무례하게도 먹던 과일을 과인에게 먹인 적도 있었다"
영공은 드디어 옛날의 일을 들추어서 미자하를 죽여 버렸다.
한양대교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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