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유엔 아동권리선언(1959)에서 어린이는 가능한 한 친부모의 양육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천명한 바 있듯이, 어린이는 친부모와 사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그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사회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으며, 입양이 차선책은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어린이들은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다. 가정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그 보금자리를 찾아 주는 것은 당연히 어른들의 임무이자 사명이다.
지난 31일 96세를 일기로 타계, 버서 매리언 홀트 여사는 그 임무와 사명감을 남달리 무겁게 짊어졌던 '입양아들의 대모(代母)'였다. 1904년 미국 아이오아주 디모인시에서 태어난 그는 남편 해리와 함께 오리건주에서 유복하게 살다가 54년 6.25전쟁 고아들의 비참한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고아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 8명을 입양한 것이 그 첫걸음이었다.
당시 미국은 한 가정에 2명까지만 입양을 허용했지만 이 부부의 뜻을 들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무제한 입양을 허용했으며, 미의회도 소위 '홀트법안'을 통과시키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입양사업이 홀트국제아동복지재단으로 발전해 40여년간 세계 10개국에 한국 고아 1만명을 입양시켰고 국내에서도 1만7천500명에게 새 가정을 찾아 주기도 했다.
64년 남편 해리가 먼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입양사업을 이끌어온 홀트 여사가 진정 사랑한 신은 소외된 자, 버려진 자를 돌보는 사랑의 하느님이었으며, 그 신의 가르침을 평생 실천한 그를 '수호 천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고 본다. '한국 땅에서 눈감고 싶다'는 뜻에 따라 그는 오는 9일 남편 묘소가 있는 경기도 일산에 묻히게 되지만 그 사랑의 마음은 길이 귀감이 돼야 한다.
아직도 우리는 고아 수출국 1위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지금의 입양 대상 아동의 대다수가 미혼모가 낳은 아기들이라는 데도 큰 문제가 있다. 이같은 비극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버려진 우리 아이들을 이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으로 키우려는 사명감은 어른들의 몫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겠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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