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견 3인의 소설집

여름 독서시장을 겨냥한 소설 출간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개성을 달리하는 중견작가 서정인 송기원 박범신씨의 소설집이 나란히 출간됐다.

중세 르네상스시대를 배경으로한 연작소설에 매달려 있는 서정인씨가 역사소설 '용병대장'(문학과 지성사)을, 송기원씨가 인도를 배경으로한 두 번째 구도소설 '또하나의 나'(문이당)를 출간했다. 또 세태소설로 대중성을 확보한 박범신씨가 이제까지 발표한 작품들을 총망라한 '박범신 문학전집'(세계사) 1차분으로 소설집 '토끼와 잠수함'과 장편소설 '죽음보다 깊은 잠'을 다시 펴냈다.

서정인씨의 '용병대장'은 지난 6월 발표한 중편소설 '말뚝'을 이어 중세 이태리 문예부흥기를 새롭게 성찰한 작품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성과 권력, 예술의 타락상을 소설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풍자한 이 소설은 르네상스의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를 캐묻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역사소설로 한국과 이태리가 겹쳐지고, 현재와 과거가 충돌하며, 말과 서술이 뒤엉키는 등 읽어내기가 어려운 소설이다. 차라리 말과 소설의 형태에 대한 질문과 성찰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작가의 문체실험을 이 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으로의 여행'에 이은 송기원씨의 두 번째 인도 기행소설인 '또하나의 나'는 진정한 자아와 사랑을 찾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지난 5년간 계룡산 갑사 근처의 토굴에 머물며 수행과 창작을 병행해온 송씨는 이번 소설의 완성과 함께 최근 천안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 소설에는 인도 북부지방에서 네팔에 걸친 히말라야 일대의 장엄하고 다채로운 풍광을 배경으로 내면 탐색의 여정이 펼쳐진다. 진정한 자아를 찾기위해 인도로 떠난 주인공 '나'는 여행지에서 소녀때 집단 성폭행당한 여성 '임영아'를 만나면서 진정한 깨달음이란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가운데 얻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편 첫 선을 보인 박범신 문학전집은 앞으로 장편소설과 창작집, 산문집, 콩트집 등 모두 20여권 정도로 간행될 예정이다.

지난 79년에 나온 장편 '죽음보다 깊은 잠'은 박범신씨를 일약 유명작가로 부각시킨 소설로 70년대 산업화와 천민 자본주의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 세태소설의 면모를 과시했다. 작가는 70년대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도회지 젊은 여성들의 가파른 신분상승 욕구와 그 욕망의 허구성, 비극성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결말에 이르기까지 스토리의 긴장과 반전을 팽팽하게 유지, 이야기꾼으로서의 작가 역량을 확인할 수 있으며 86년 발표한 '꿈과 쇠못'을 이번 전집에서는 '죽음보다 깊은 잠 2'로 연결시켜 펴냈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