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상류층은 병원도 미국

예천출신 이은성의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스승 유의태 시신을 해부하는 장면은 감동을 주는 대목이다. 의술을 한단계 높이기위해 자신의 몸을 해부용으로 제자에게 맡기는 것도 그렇고 고민끝에 스승의 몸에 칼을 대는 허준의 모습은 사제간의 믿음 그 자체다. 픽션인 소설에 감동하는 것은 질병을 다스리는 끝없는 도전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의 의술수준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전국 최초로 이뤄진 수술들은 이를 증명한다. 제왕절개수술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한 곳도 대구다. 1909년 동산의료원 초대원장이었던 존슨 박사가 집도해 산모와 아기의 목숨을 구해냈다는 것이다. 61년 경북대병원 이성행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심장개복수술을 성공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심장을 열고 수술을 한다는 것은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어서 심장병환자들이 대구로 몰렸다.

▲최근 미국병원을 찾는 한국인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치료술 개발혁명에대한 관심표명으로 볼 수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정치인이나 재벌총수 등 극소수가 외국병원을 찾았지만 3, 4년전부터 중상류층까지 확산될 정도라는 소식은 어쩌면 한국의료발전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다. 현재 의·약분업을 둘러싼 의사들의 파업도 한 요인이라는 것이어서 의료계는 반성의 대목으로 삼을 일이다.

▲의료계는 이같은 현상을 놓고 국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단순하게 볼일이 아니다. 1시간 기다려 5분정도 진료받는 의료서비스체계 개선도 풀어야 하는 숙제다.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수 있는 의·약분업 갈등도 서로간의 협조로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첨단 의료기술의 개발도 환자들의 욕구에 부응이다. 외국으로 나가는 환자들을 강건너 불보듯 볼일이 아니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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