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뢴트겐 안경

독일 물리학자 뢴트겐이 1895년 발견한 신비한(×) 광선(레이), 다시말해 '×레이'야말로 당시 사람들에겐 경이의 대상이었다. 당시 세기말의 평화에 젖어 무료해하던 유럽인들에겐 신비의 광선을 발견했다는 사실만도 흥미거리였다. 게다가 이 광선이 일반 광선과는 비교도 안될 투과력을 이용, 감히 그때까지는 상상도 못할 인체(人體)골격까지 촬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사람들은 ×광선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일이 이쯤되자 재빠른 장사꾼들이 잇속 챙기기에 혈안이 될 것은 뻔한 일 아닌가. 1900년 영국런던의 일간지엔 일제히 신비의 '뢴트겐 안경등장'이란 제하에 '이 안경만 끼면 숙녀의 은밀한 부분까지도…'란 부제가 붙은 광고가 등장했다. 이 안경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 판매자는 거부가 됐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안경이 전혀 투시성능이 없는 엉터리 였는데도 몇 만개가 팔릴때까지 들통이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점잖기로 소문난 영국 신사분들이 '콜세트'와 '거들'에다 빅토리아풍의 부풀린 치마까지 입은 숙녀분들의 속살을 정탐하려다 실패했다는 사실을 차마 밝힐 수 없었다. 신사들은 안경이 엉터리임을 깨달은 순간 아뿔싸 하고 낭패했겠지만 그렇다고 점잖은 체면에 "내가 그 안경을 써 보니까…"할수는 없었을 것이고 결국 꿀 먹은 벙어리 신세였던 것이다. 그 결과 이 안경은 계속 팔려 나갔던게 아닐는지….

적외선 투시렌즈로 여성들의 나체 비디오 사진을 찍고 사람들에게 이 테이프를 보여주며 투시렌즈를 판매한 사람이 경찰에 붙잡혔다. 100년전 영국의 뢴트겐 안경을 연상케 하는 사건이다.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동서양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남성들의 여체에 대한 탐닉과 관음증(觀淫症)은 여전하구나 싶다. 다만 과거의 영국사건은 엉터리 사기극이었던 반면 이번은 성능만은 제대로 였다니 지난1세기 인간이 서로 부대끼며 헤매는 동안 인류 문명은 눈부시게 발전 했던게 틀림없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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