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의 주부 김씨는 요즘 손 저림이 심해 고생이다. 일을 좀 심하게 한 날이면 이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한다. 혈액순환이 안돼 그렇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혈액 순환 개선제를 먹어 보기도 했다. 혹 중풍의 시초는 아닐까 겁이 나서도 약을 썼다. 그러나 증세는 점점 더 나빠지기만 했다.
◇손발이 저리면 혈액순환 장애?
흔히 손발이 저리면 혈액순환 장애로 지레 짐작하고 약부터 찾는다. 물론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돼 손발이 저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혈액순환 개선제는 대부분이 영양제. 보조 치료제로 많이 활용돼 그 효과가 불확실하다.
또 손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이상한 경우, 중풍이 오는 징조라고 쉽게 생각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손발 저림이 말초 혈액순환 장애나 뇌졸중의 초기 증상인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이들 질환도 손이 저리다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긴 하지만, 원인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뇌졸중은 무엇보다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며, 양손에서 동시에 저림이 오는 경우는 없다는 게 특징. 같은 쪽 손과 입 주변 등에서 동시에 저린 증상이 나타나거나 언어장애가 동반되는 수는 있다.
말초혈관 순환장애일 경우엔 또다른 특색이 동반된다. 팔목 맥박이 약해지거나, 손을 찬물에 넣으면 손과 손가락이 하얗게 변하는 것.
◇수근관 증후군
손저림의 대부분은 '수근관 증후군'이란 것이다. 손의 감각은 정중신경이 담당하는데, 이것이 지나가는 손목 횡수근 밑 공간이 여러가지 이유로 좁아진 것이 원인. 정중신경이 눌리면 손저림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수근관 증후군은 주부나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잘 온다.
그러나 이 병은 집에서도 혼자 쉽게 진단할 수 있고 치료도 쉽다. 반대편 손가락으로 손목을 때려 봐서, 맞은 손 가운데 손가락이 저리면 이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내시경을 이용해 입원없이 간단하게 수술할 수 있고, 손바닥에 흉터도 남지 않는다.
◇주관 증후군
이와 달리, 새끼 손가락이 저리면 주관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새끼손가락 저림은 팔꿈치의 척골신경이란 것이 눌려 생기는 증상이다. 흔히 팔꿈치가 의자 모서리에 부딪혔을 때 손가락으로 전기가 흐르는 듯한 충격이 오는 것도 척골신경이 자극을 받아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 증후군에선 손의 힘이 없어지고 손 근육이 심하게 위축되는 수가 있다. 초기엔 안정요법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심하면 수술 치료를 해야 한다.
◇목 디스크 때도 손 저림
목 디스크가 생기면 목이 아픈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주로 나타나는 것은 저린 증상. 목에서 팔로 내려오는 신경이 디스크(추간판)에 눌려 팔이 저린 것이다. 목을 돌려 특정 자세가 될 때는 팔 저림이 오고, 다시 원래대로 돌려 봐 통증이 사라진다면, 목 디스크를 의심할 수 있다.
◇그 외의 가능성들
당뇨병 등으로 인해 말초 신경염이 생겨도 손이 저릴 수 있다. 약물 중독, 중금속 중독, 류머티스 관절염 등이 말초 신경염의 원인이다.
그때그때 사정으로 발생하는 일시적 저림도 있다. 팔베개를 하고 자면 요골 신경 통로(어깨·팔뚝)가 장시간 눌려 신경마비가 오는 것도 그 중 하나. 이럴 때는 아침에 일어나면 엄지가 저리고 손목을 들어 올리지 못한다. 신혼의 신랑이 잘 걸려 '허니문 요골 신경 마비' 또는 '토요일 밤 마비'라 불리기도 한다. 요골 신경마비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증상이 없어지므로 별도의 치료는 필요하지 않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이장철 전문의 바른등 신경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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