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마시면 지금까지 공부가 거품이 되고, 소주를 마시면 외운 내용을 다 잊고 머리 속이 투명해진다'
수능시험 100일을 앞두고 요란스럽게 펼쳐지던 수험생들의 '100일 문화'가 올해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7일 밤 대구시 중구 동성로. 지난해만 해도 '100일주(酒)'를 마시거나 친구들끼리 합격기원 선물을 한다며 밤늦게까지 몰려 다니는 수험생들로 가득했으나 올해는 '수능시험'을 이야기하는 학생들을 찾기가 힘들었다. 수험생들 사이에는 '100일날 술을 마셔야 문제가 술술 풀린다'는 속설 대신 술을 마시면 시험을 망친다는 경고가 파다한 상황.
백화점의 문구, 팬시 코너에도 '100일 특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예년에는 적어도 10여가지의 수험생용 제품이 불티나게 팔렸으나 올해는 몇 가지 나오지도 않은데다 이마저 거의 팔리지 않았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이상하게도 올해는 수험생들끼리 선물을 주고 받는 모습이 일체 사라졌다"며 "대신 건강관리에 도움 되는 수험생 전용 선식(禪食)류의 매출이 30%이상 늘어나는 등 학부모들의 실속 선물 매출이 강세"라고 전했다.
7일 보충수업이 진행된 고3 교실도 차분한 분위기는 마찬가지. 지난해까지는 음료수를 돌리거나 선물이 오가고 일찍 하교시켜 달라는 요구가 적잖았으나 올해는 거의 반응이 없다는 것.
반면 무료 과외 인터넷 사이트 정사모(www.jungsamo.com)에서는 지난달부터 고3생들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 '100일주 문화 퇴치 캠페인'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김호원 경신고 교감은 "100일 문화가 무의미하다는 실리적인 분위기가 압도적"이라며 "수능시험이 몇 년째 쉬워 막판 공부가 더욱 중요해진데다 올해는 재수생 강세 등 유례 없이 경쟁률이 높을 것 같아 학생들의 긴장이 높은 데서 비롯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金在璥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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