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도대체 어디서 돈을 가져올까. 현대가 '개성 개방'이라는 장밋빛 대북 프로젝트를 띄우자 재계는 즉각 자금조달 능력을 의문시하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프로젝트 자체의 실현가능성이 있다손 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자금유치 계획은 거의 '백지(白紙)'에 가까운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최근 유동성 위기로 계열사들이 십시일반격으로 분담해온 방식도 물건너간데다 '원군'이 될만한 국내외 기업도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덩치가 큰 기업일수록 대북사업 자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자금조달 계획없이 덜컥 합의만 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나 현대측은 "쓸데없는 기우"라며 "협상중이어서 공개는 어렵지만 이미 밑그림은 나와있고 투자를 희망하는 국내외 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자신했다.◇자금소요 현황=현대가 추진중인 대북 프로젝트는 굵직한 것만 따져도 18억7천만달러(2조570억원)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현대가 이번에 따낸 개성 공단조성사업만 10억달러가 소요되고 금강산 종합개발사업은 앞으로 8억7천만달러가 추가로들어간다. 여기에 통신서비스 사업과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사업 등까지 따지면 중장기적으로 10조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간다는게 재계의 분석이다.
이중 이미 사업에 착수한 금강산 종합개발사업은 지금까지 4억800만 달러의 비용이 투입됐다. 장전항 부두와 온정각휴게소, 공연장 건설 등 시설투자에 들어간 돈이 1억2천600만 달러이고 북한측에 입산료와 토지이용료 명목의 사업대가로 매달 800만∼1200만달러씩 지급한 돈이 2억8천200만달러에 이른다. 앞으로 추가 소요자금은 추가 개발비용 2억1천만 달러에다 2005년 2월까지 지불할 사업대가인 6억6천만달러를 합쳐 8억7천만 달러에 달한다.
◇현대의 자금조달 계획=8년간 총 10억달러가 소요되는 개성 공단사업의 경우 국내외 합작출자선을 유치하고 중장기적으로 외자유치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현대는 자신하고 있다. 현대는 일차적으로 중개법인(SPC) 형태로 공동건설사업단을 구성,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공동출자를 받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북한내 공단이 갖는 장기적 수익과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를 기대할 때 웬만한 기업이면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는게 현대의 생각이다. 다만 일부 부족분이 생길 경우 공단분양수입과 임대수입을 담보로 ABS(자산담보부 채권)를 발행한다는 복안도 서있다. 현대 관계자는 "부산신발지식산업 협동조합과 투자의향서를 체결하는 등 수백여 업체가 공단입주 의사를 밝혀오고 있어 ABS 발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는 아울러 외자유치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올해 1, 2월 주한 유럽연합(EU) 및 미국 상공회의소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실시한 결과 호응도가 높았다는게 현대의 설명이다. 올해안으로 해외로드쇼 일정도 잡아놓았다는 설명이다.금강산 종합개발 사업에 관해서는 한결 여유있는 표정이다. 총 2억1천만 달러의 개발비용중 절반(1억달러)을 차지하는 호텔건립 사업은 합작투자선 유치가 거의 성사단계에 왔다는게 현대의 설명이다. 일례로 H, S 호텔 등 세계적 체인망을 갖춘 호텔업체와 이미 제휴까지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는 곧 세계적 컨설팅사에 용역을 줘 호텔신축 종합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대측은 "북한이 금강산을 경제특구로 지정함으로써 외자유치 환경이 크게 좋아졌다"며 "특히 한.중.일 연계관광 전략을 세우고 있는 일본측이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2005년 2월까지 사업대가로 북한에 지불할 6억6천만 달러는 분납형태여서 매달1천만 달러식 들어오는 관광사업요금으로 충당하면 된다는게 현대의 설명이다.
◇문제점=현대의 재원조달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내외 기업의 참여'다. 계열사 지원없이 철저히 공동출자와 외자유치 등 외부의 자금수혈로 승부를 걸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기대만큼 국내외 기업이 움직여줄지가 미지수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협의 외부환경이 크게 개선됐지만 대북사업 리스크를 우려한 국내 대다수 기업들이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삼성, LG, SK 등의 경협 리더역할도 신통치않다는게 재계의 관측이다. 특히 현대의 대북사업 독주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4대그룹의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현대의 경협전담 기구인 현대아산은 이미 98년부터 외자유치와 공단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해왔지만 아직 이렇다할 파트너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도 정상회담 이후 국내기업의 경협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있지만 별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외국기업은 대북사업 특성상 국내 대기업과의 컨소시엄으로 공동진출을 꾀하고있지만 현대라는 브랜드만으로는 부족하다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현대가 최근 유동성 사태로 국내외 신인도가 크게 하락된 상황이어서 현대외에 재무구조가 건실한 다른 대기업의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의 대북 프로젝트가 실현되려면 전력.도로.항만 등 북한내 사회간접자본 확충이 선결과제라는 점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이는 사업특성상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국내 대기업들이 공동으로 매달려야할 사안이지만 '말'뿐이지 '계획'조차 잡혀있지 않다는게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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