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북한과 합의해 추진키로한 개성공단 조성과 개성관광은 남북한 경제 협력의 빠른 전진을 예고하는 청신호로 환영할 만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자금난에 쪼들리는 현대가 어떻게 성사시킬 것인가 하는 측면에서 우려되는 바 없지 않다. 양측이 합의내용을 그대로 실행한다면 남북교류는 해로나 항공편을 이용해온 지금까지와는 달리 휴전선을 넘나드는 새로운 장을 열게 되며 이에따라 경제협력도 급진전을 이루게 된다. 또 개성관광도 금강산 관광에 버금갈 만큼 그 비중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 현대의 '개성공단 개발'발표가 있은 11일의 시장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고 주가는 되레 하락했다.
다시말해 대북(對北)사업할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빚부터 갚으라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는 그동안 금강산개발사업에 4천억원의 돈을 투자했지만 아직 적자 투성이다. 때문에 주력기업인 현대건설이 1조여원의 유동성 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판에 대북사업에 그토록 매달릴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조차 없지 않았던게 저간의 사정이다. 이런 터수에 이번에 서해안 공단과 기반시설 조성에 줄잡아 1조2천억원, 또 개성관광단지 개발에 9천500억원 등 2조원 이상의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업계획을 발표했으니 "그 많은 돈을 어떻게 조달하려나"하는 우려감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현대쪽에서는 800개에 이르는 입주 업체로부터 분양금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 경협에서 선행돼야할 조건인 투자보장과 이중과세방지협정 등의 안전장치가 전혀 안된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누가 분양금을 내고 입주를 신청한다는 것인지 현대측의 안이한 발상에 우리는 석연치 않은 느낌을 지울 길 없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경협 문제를 굳이 정부를 제외하고 '현대'라는 일개 기업을 상대로 풀어나가려는 자세부터 문제가 많다고 본다. 금강산사업이야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6·15공동선언을 한 이마당에서까지 정부가 강력한 자구책을 요구하며 몰아치고 있는 현대그룹과 오히려 손발을 맞춰 대북사업을 추진하려는 북한측 자세는 온당치 못한 것임을 지적한다. 이제 경협문제도 남북정부 당국자간의 접촉을 통해 떳떳하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항간에서는 현대그룹이 대북사업이라는 '신북풍(新北風)'으로 현재의 자금 위기를 적당히 넘기려하고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는 것을 부연한다. 정부는 사기업이 벌여 놓은 일이라 수수방관할 게 아니라 차제에 현대 대북사업을 정밀 점검해서 북돋울것은 북돋우고 잘못된 것은 과감히 중단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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