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은 다시 울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18일 사흘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이별의 긴여정을 시작했다.
"살아서 또 만날 수 있을까"
"부디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강산이 다섯번이나 변하는 세월의 벽을 넘어 마침내 만나 반세기 한(恨)을 눈물로 씻어내린 남북의 혈육은 다시 북으로, 다시 남으로 갈라섰다.
사흘전 감격적인 재회의 기쁨으로 한없이 울었던 서울과 평양은 생이별의 아픔으로 다시 한번 울어야 했다.
북으로 돌아간 이산가족 방문단과 이들을 떠나보내는 남쪽 가족은 이별을 앞두고 부여잡은 손을 차마 놓지 못했다.
아들 이종필(69)씨를 북으로 돌려보낸 노모 조원호씨는 "개성 관광길이 열리면 제일 먼저 가서 만나기로 수십차례 약속했다"며 "그 때까지 살아야할텐테 걱정"이라고 눈물을 훔쳤다.
오빠 김정태(75)씨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던 김귀정(71·여)씨는 "1년전 아들이 선물한 금강산 관광 티켓을 지금까지 아껴뒀다"며 "오빠와 같이 금강산을 찾을 날을 기약하며 헤어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신교환이 가능해질 것에 대비, 서로의 주소를 교환하거나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시 제일 먼저 신청해 다시 만날 것을 다짐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북측 형 박재영(71)씨와 헤어진 재윤(52)씨는 "형님이 연락할 수 있도록 이사가지 않고 이 곳에서 계속 살겠다"며 집주소를 형의 손에 꼭 쥐어줬다.
떠나기 하루전 극적으로 부인 김옥진(77)씨를 상봉한 북측 방문단 하경(74)씨는 "부모님 영정을 앞에 두지 않고는 가족들과 재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대다수 북측 이산가족들은 버스에 탄 뒤에도 차창 너머 남쪽 가족들에게 손을 계속 흔들었다. 남은 가족들도 방문단을 실은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서있었다.
한편 이날 아침 평양 고려호텔에서도 서울로 향하는 남측 방문단과 북쪽 가족들 사이에도 가슴 찡한 이별의 모습이 연출됐다.
선우춘실(72)씨는 "어릴 적 키우다시피 한 동생을 홀로 남겨두고 떠나려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하염없이 눈물만 쏟았다.
김장수(68)씨는 누나 학실씨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시신을 남쪽을 바라다 보도록 묻어달라고 했다"고 유언을 전하자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면서 끝내 오열을 터트렸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