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회교국 "성지사수"결의 세계의 뇌관 표면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협상 시한이 다음달 13일로 닥치고 있다. 이날은 또 아라파트 수반이 독자적으로 독립을 선포해 버리겠다고 공표한 날이기도 하다.

지금 이 문제의 가장 큰 매듭으로 등장한 것은 예루살렘 문제.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이슬람 국가들까지 '성지 사수'를 결의하고 나섰는가 하면, 양 당사국 수뇌들은 외세를 끌어 들이려 동분서주, 사태가 뒷걸음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슬람 국가들의 공동 대응 = 중동 이슬람 국가들은 예루살렘 문제와 관련, 이슬람 성지인 이 도시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며 공동 대응 태세를 보이고 있다.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 회견에서 "만일 팔레스타인이 동예루살렘 관할권을 포기한다면 테러리스트들의 활동 재개로 중동 전체가 통제 불능의 폭력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슬람 국가들의 모임인 OIC(이슬람 회의기구) 의장인 하타미 이란 대통령도 같은 날 사우디 파드 국왕에게 서한을 보내 "성지 예루살렘이 당면하고 있는 위협"에 맞서기 위한 이슬람권의 단결을 촉구했다. 파드 국왕 역시 "전세계 모든 이슬람 교도들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보호하기 위해 공조할 필요가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나흐얀 왕세자도 "평화협정은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보장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전세계 56개 이슬람 국가들의 모임인 OIC가 아라파트 수반의 요청에 따라 다음달에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여기서 예루살렘에 대한 이슬람권의 공동대응이 결정될 경우, 사태는 더욱 경직화될 수도 있다.

◇양측의 동향 = 양측 지도부는 지난달 25일 캠프 데이비드 회담이 실패한 후 외국을 돌며 지지세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라파트는 유럽과 중동을 순방한 데 이어,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찾아 나섰다. 13일 파키스탄을 방문한 뒤 곧바로 중국·인도·일본을 순방한 것. 이를 통해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하타미 이란 대통령, 나흐얀 UAE 왕세자 등의 지지를 이미 이끌어 냈다.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도 지난 16일 요르단을 방문, 국왕과 회담을 가졌다. 또 외무장관 대행을 유럽에, 페레스 전 총리를 중국에 각각 보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양측이 이처럼 '외세 끌어 들이기' 경쟁을 벌이면서 상황이 캠프 데이비드 회담 이전 보다 더 꼬여 간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오는 9월13일 이스라엘과의 최종 협상타결 시한과 관계없이 팔레스타인 독립을 선포키로 한 바 있는 PLO 중앙위원회는 최근 한걸음 물러섰다. 선포 여부를 다시 결정하겠다는 것. 이와 관련해 무바라크 대통령도 지난 13일 "선포 연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었다.

◇해결 노력 = 물론 양측간에 전혀 접촉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중재로 본격 접촉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양측은 지난 16일에 회담을 가짐으로써 평화회담 재개를 공식 천명했다. 이에 앞서서도 양측은 비공식 접촉을 잇따라 가져 왔으며, 앞으로 이스라엘은 우선 '예비협정'을 도출해 냄으로써 또 한번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측은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공식적인 협상 재개는 쉽잖을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이다. 미국측 데니스 로스 중동특사는 지난 17일 이 지역에 파견돼 활동을 시작했다. 성과가 있을 경우, 미국은 오는 11월의 대통령 선거 이전에 또 한번 캠프 데이비드 회담을 시도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은 미온적이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최근 "미국이 평화협상 진척을 위해 곧장 행동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섣불리 개입해 외교적 미숙을 드러내는 우를 범할 경우,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고어후보가 불리해질 위험이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신종합=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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