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산가족 눈물의 상봉 누가 이들을 울게 만드나

얼마간의 흥분, 얼마간의 비통, 그리고 얼마간의 쑥스러움…. TV를 통해 본 이산가족 상봉 장면은 눈물바다를 연상케 했다. 비록 전쟁세대가 아니고 또한 이산가족이 아닌 나조차도 그들의 만남은 눈물로 시작해 눈물로 끝을 맺게 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오랫동안 알츠하이머병을 앓아오던 남쪽의 어머니가 북쪽의 아들을 만난다는 소식에 말문이 트였었는데 정작 아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다시 말문이 막힌 모습에 따라 울었고, 의자에서 일어설 수도 없을 만큼 기력이 없는 95세의 아버지에게 아들이 몇차례고 엎드려 큰절을 하며 울었지만 아버지의 초점 흐린 눈이 안타깝기만 했다.

자신의 아들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아버지, 아내와 남편이 서로의 변해버린 모습 때문에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연출한 어느 부부의 만남. 도대체 그 누가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또는 아버지 어머니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만나는 이도, 보는 이도 전부 눈시울을 붉혔던 이산가족 상봉은 시간상 너무 짧다는 느낌이 들었다. 혈육의 강제적 단절은 그 어떤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우리의 한민족이 흘린 눈물이 무엇을 소망하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이 땅의 지도자들이 민족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도 알았다. 이제 더이상은 한반도를 눈물의 땅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지혜(대구 대명8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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