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들먹거리는 베시(Wessi)들 정말 못봐 주겠어. 동포애 운운 하지만 모두 위선이야" "촌티 흐르는 오시(Ossi)들 꼴 좀 봐. 고마운 줄 모르고 되레 큰소리 치잖아" 1995년 통일된 독일의 심각한 고민거리는 '민족의 이질감'이었다. 정서적으로 융화가 안 돼 독일 민족은 여전히 둘이었고, 이 둘은 '물과 기름'과도 같았다. 서로 '오시(동독인)'와 '베시(서독인)'라고 비하했다. 그것은 베를린 장벽보다도 두터운 벽이었다.
▲분단 55년 동안 정반대되는 정치·경제 체제 속에서 남북은 크게 달라져 있다. 북한의 '단고기(보신탕)' '부스럭돈(잔돈)' '끌신(슬리퍼)' '손가락 총질(삿대질)'은 크게 낯선 말이 아닐 정도다. '중요한 일'이 '사변'이라는 데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언어의 이질화 뿐 아니라 역사를 보는 시각도, 기록도 달라져 있다.
▲통일로 가는 수순은 이질화 현상의 극복이며, 분단된 동포 사이의 문화적 접촉이 그 지름길이다. 서로 달라져 있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끌어안는 과정이 중요하다. 하나의 민족으로서 같은 언어와 하나의 역사와 문화를 가졌다는 인식을 복원하고, 이질화된 부분들을 동질화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다.
▲정부는 남북 문화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우리의 기대도 컸다. 그러나 최근의 교류는 북한 문화·예술의 '일방통행'이어서 유감이다. 조선국립교향악단과 평양교예단의 서울 공연, 북한 미술품 전시 등 올해 들어서만도 12건의 북한 문화행사가 성사됐지만, 같은 기간에 우리가 북한에 선보인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이를 두고 교류라면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더구나 이같은 일방통행식 교류가 북한의 외화벌이에 우리가 원조하는 빛깔을 띠고 있다면 큰 문제다. 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문화교류란 어느 일방이 중단하면 그만이다. 이 때문에 상호주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웃돈'을 주며 애걸하거나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교류는 반드시 지양돼야만 한다. 정부가 이런 현상을 언제까지 방치하고 수용할 것인지, 새로운 비전이 있는지, 지금으로서는 답답할 따름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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