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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임팔암(동인건축사무소 소장)

슬프거나 기쁠 때 우리는 눈물을 흘리게 된다. 이 눈물의 종류는 눈물이 나도록 많다. 어린아이가 보채며 징징거리는 눈물이 있나하면 뚝뚝 떨어지는(淚) 눈물, 방울지는(汗丸) 눈물, 콧물을 동반한(이) 눈물, 소리 없이 흐르는(涕) 눈물, 눈에 가득 고여 있으면서 흐르지 않는 글썽글썽한 눈물, 겨울에 눈보라가 눈에 들어가 녹은 눈(雪)물, 배우가 안약을 넣어 흘리는 가짜 눈물, 굶주리는 북한 꽃제비들의 서러운 눈물, 하품하면 나오는 눈물 등 그 원인과 종류도 가지가지다.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2막에 네모리노가 아디나의 눈물을 보고 부르는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 있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그대 눈 속에도 나는 보았네/그 눈물 그대 눈 속에서 또 무얼 바라리…'. 견우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고 헤어지면서 뿌리는 전설의 눈물(칠월 칠석비)는 얼마나 낭만적인가. 독일 작곡가 오펜바흐의 '자크린느의 눈물'은 성숙한 여인의 가슴 속에서 잔잔히 흐르는 마음의 눈물(心淚)이다.

지난 8·15 남북 이산가족의 만남의 자리에는 이런저런 눈물이 흘러 넘쳤다. 타(他)에 의한 생이별이 너무나 길었다. 그동안의 억울하고 원통한 눈물은 다 말라버렸고 통곡의 소리마저 쉬어버렸다. 팔순 할머니·할아버지의 포옹엔 손 떨림만 있을뿐.

1923년 관동대지진때 수천명 조선인의 억울한 죽음과 살아남은 자들의 마르지 않는 눈물, 한국전쟁으로 인한 동족상잔의 눈물, KAL기 폭파사건과 아웅산 폭파사건때의 유족들의 눈물, KBS 이산가족 만남의 장에서의 눈물….

그동안 우리는 세계 곳곳에 우리 민족의 우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였다. 우리 한(韓)민족은 한(恨)민족이라고들 하지만 운다고 세계인들이 동정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우리를 울기만 하는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웃자! 웃으면서 만나고 웃으면서 헤어지자. 차라리 웃으면 나오는 눈물, 즐거운 눈물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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