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워크아웃의 문제는 무엇?

우방이 워크아웃 대상기업 중 처음으로 부도처리됐다. 그간 우방은 경제적 관점보다 지역 정서를 감안해야 하는 정치적 사안으로 간주돼 채권단과 정치권 보호 아래 생명을 연장해 왔다. 그러나 정 부의 불개입선언 한마디에 결국 무너졌다. 우방 부도는 그간 곪을대로 곪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워크아웃은 이를 중재하는 정부와 당사자인 채권은행, 기업이 서로 보조를 맞추지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큰 불안정한 제도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뼈를 깎는 고통이 필요한 작업인데도 중병을 앓는 기업이나 메스를 든 은행 모두 수술날짜를 늦추며 '어떻게든 치료되겠지'하며 책임을 떠미는 양상을 띠고 있다.

정부가 지금까지 워크아웃에 부담한 돈은 86조4천억원에 이른다. 금융기관 총여신 규모 100조원 중 72조6천억원은 이자감면, 2조8천억원은 출자전환, 그리고 11조원은 예대상계 처리했다. 그럼에도 104개 대상기업 중 지난 4월까지 개선작업을 마친 기업은 26개에 불과했다. 워크아웃 실효서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정부는 뒤늦게 지난 5월 32개사의 조기종료 방침을 정했고, 18개사는 이달 말까지 끝 내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가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한 까닭은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 탓이다. 국민의 혈세로 경영권이 연장됐음에도 불구, 기업주들은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대 신 은행권의 자금지원만 호소했다. 기업들이 제시한 전체 자구계획 목표 8조2천억원 중 이행된 것은 3조 4천억원. 특히 워크아웃 기업의 부동산매각과 계열사정리는 지지부진이다. 1조8천억원의 부동산매각 계 획은 현재 1조1천억원(61%)정도. 7천700억원규모의 계열사 정리계획은 1천억원(13.7%)에 그치고 있다. 대주주가 사재를 출연한 곳이 4개 밖에 안되고 최고 경영진이 교체된 곳은 5개에 불과하다.

워크아웃을 주관하는 은행도 문제다.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하는 역할을 떠맡은 것이 바로 부실은행이기 때문이다. 워크아웃은 은행의 부실대출과 기업의 방만경영의 결과로 정상적인 기업행위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은행과 기업이 합의하에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은행이 부실할수록 거느린 워크아웃 기업도 많아진다.

현재 워크아웃 주관은행 및 기업현황을 보면 한빛은행이 20개 기업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조흥, 산업은행이 각각 9개, 서울은행이 7개 기업 순. 우량은행인 신한, 주택, 한미은행은 각각 1개 기업 뿐이다. 하나은행은 1개도 없다. 지금껏 워크아웃은 도산을 피하면서 사태를 수습하려는 은행과 기업의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지는 제도였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데도 단순히 부도를 연기하는 수단으로 사용된 것도 사실이다.

워크아웃(Workout)은 원래 체육 용어로 '적당한 운동을 통해 군살을 빼면서 건강한 체질로 개선 하는 과정'을 말한다. 결국 군살 빼라고 헬스클럽에 보냈더니 선수(기업)와 트레이너(은행)가 서로 눈치보 면서 놀고 먹은 꼴이다. 선수는 애초에 지키지도 못할 체중조절표를 제시했고, 트레이너는 선수를 감시하는 커녕 적당한 식이요법도 내놓지 못했다. 헬스비만 대주고 팔짱끼고 있던 구단(정부)도 나을 바 없다. 게 으른 선수나 무책임한 트레이너를 징계할 생각은 않고 오히려 이들을 비호하기에 바빴다. 헬스비는 국민 주머니에서 나간 것이다. 金秀用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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