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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에세이-잘 산다는 말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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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누구누구는 '잘 산다'는 말을 많이 한다. 모든 인간은 누구나 '잘 산다'는 말을 들으며 살고싶어 한다. 그런데 이 '잘 산다'라는 말을 곱씹어보면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는 인간이 지켜야할 기본적인 도덕 윤리를 잘 지키며 '가치 있게 살아간다'는 의미이며, 다른 하나는 물질적으로 풍요하게 생활하며 소위 경제적으로 '잘 먹고 잘 산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물론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상태가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인간의 영원한 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는 없고 하나를 포기하여야 한다면 무엇을 버릴까 하는 것이 오늘의 경제문제를 푸는 기본적 과제이다. 최근의 우리 사회의 풍조로 보면 '잘 산다'는 의미는 거의가 후자의 의미로 쓰이고 잇는 듯하다.

◈'도덕적 해이' 만연한 우리사회

필자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가난하지만 청렴결백하게 사는 것을 큰 미덕으로 알고 자랐다. 그런데 요즘 와서는 어른이나 청소년이나 할 것 없이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경멸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렇게 '잘 먹고 잘 살기'가 잘 사는 모델이 된 것은 배고픔에 한이 맺혀 경제지상주의로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하고 외친 어른들의 책임도 있다. 그러나 기아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에는 이것이 결코 잘 사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결과지상주의는 수단과 과정을 가볍게 여겨 도덕적 해이가 만연될 수밖에 없어서 온갖 재앙이 뒤따르고 구성원들간의 갈등 원인이 되어 사회적 행복을 감소시킨다.결과지상주의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명상가 오쇼 라즈니쉬이 '수도 꼭지'라는 에피소드를 떠올린다.

◈물질지상주의의 결과

로렌스는 자신의 아라비아 회고록에서 12명의 아라비아인을 프랑스의 큰 전시회에 데리고 갔다. 그들은 호텔에서 욕실에 들어가 목욕을 해보고는 도대체 나올 생각을 않았다는 것이다. 물이 귀한 사막에서 온 그들은 목욕탕 안에서 이리저리 뛰면서 즐기느라고 전시회 따위는 관심이 없었다. 마지막날 짐을 꾸려 차에 싣고 떠날 차비를 갖추었을 때 갑자기 아라비아인들이 모두 보이지 않았다. 비행기 시간이 촉박하여 로렌스가 이리저리 찾았을 때 그들은 모두 호텔의 객실 수도꼭지에 매달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로렌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을때 그들은 대답했다. "우리는 이 수도꼭지를 가지고 가겠어요. 아라비아에서도 목욕을 즐길 수 있게 말이에요"

그들은 물이 수도꼭지만 있으면 나오는 걸로 생각했다. 그들은 수도꼭지 뒤에 강물.저수지.수도관 등의 엄청난 메커니즘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도덕적으로 가치있게 살자

미국과 유럽의 성숙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삶의 질'을 중시하고 있으며, 그들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합리성과 경제성의 마찰에서 오는 수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에서 다져진 도덕적 가치관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근년에 들어 우리 나라의 정치가.재벌을 비롯한 지도층 인사들이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표를 모으고 재산을 늘려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을 보라. 어떻게 이들을 잘 한다고 할 수 있는가. 세금 꼬박꼭박 내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신의 일터에서 성실히 일하는 서민이야말로 진정 잘 사는 사람인 것이다.

잘 산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도덕적이며 가치 있게 산다'는 의미로 되돌리자. 이제 도덕적으로 투명하지 못하면서 권력과 돈만 가진 정치가나 졸부를 결코 '잘 산다'고 부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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