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발표한 내년도 세제개편안은 외환위기 극복 등 당면 과제에 많은 비중을 뒀던 지난 98년, 99년에 비해 비교적 장기적 관점에서 세제를 정비하고 선진화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즉 세입기반 확대를 통해 2003년 균형재정의 기반을 마련하고 증가된 세금의 일부로 중산.서민층을 지원하는 한편 조세제도를 국제규범에 맞게 선진화하고 간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핵심적 내용은 ▲에너지세율과 일부 교육세율을 올리는 동시에 불필요한 조세감면을 대폭 줄이고 ▲이에따라 증액된 세수의 일부를 연금 불입액 소득공제 등 중산.서민층 지원에 사용하고 ▲세금 신고.납부절차 간소화와 함께 관세법을 전면 개편한다는 것이다.
특히 연금소득에 과세를 하고 에너지 세율도 끌어올리는 등 정부의 오랜 숙제를해결하는 한편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제동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상속.증여세법에이른바 '유형적 포괄주의'를 도입해 변칙적인 상속.증여 및 자본거래를 근원적으로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으로 납세자의 부담은 가중됐다. 에너지 세율인상 등 세입기반 확충을 위한 세제개편으로 7조5천억원의 세수가 늘어나는데 비해 연금불입금소득공제 등으로 축소되는 세금은 2조4천억원에 머물러 결국 납세자 부담은 5조1천억원 늘어나게 됐다.
◆정부의 오랜숙제 풀었다
이번 세제개편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대목은 연금세제 개편이다.
연금세제는 주식양도차익 과세, 에너지세제 상향조정과 함께 정부가 풀어야할 3대 숙제중의 하나다. 이들 과제의 해결에는 조세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고 이는 입법기관인 국회의 반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난제에 속한다.
연금문제는 납세자에게 당근을 주면서 해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근로소득공제처럼 연금소득 수령자에게 최고 600만원까지 공제함으로써 앞으로 20∼30년후에도 연금수령자 가운데 40∼50%만이 세금을 내도록 했다.
에너지 세율을 전격적으로 올린 점도 주목할만하다. 그동안 물가안정, 산업지원등을 위해 저가에너지 정책을 펴온 결과 에너지 과다소비, 환경오염, 국제수지악화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으나 여론의 저항을 우려해 감히 손대지 못했다가 이번에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에너지 세제개편은 당초보다 한발 후퇴했다는 점에서 아쉽다. 에너지 세제 개편은 2002년까지 완성한다는게 원래 방침이었으나 여론의 반대가 심하다는 이유로 이 때까지 1단계로만 올리고 2단계 인상은 2003년후에 검토하는 쪽으로 정했기때문이다.
세제를 통한 교육재정 확충방안도 이번 세제개편의 핵심중 하나로 꼽힌다. 등유특별소비세 등 4개 세목에 붙는 교육세가 올해말로 종료되지만 2005년까지 5년간 연장하고 담배소비세와 경주마권세에 부가되는 교육세율을 각각 10%씩 올려 50%, 60%로 정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는 농어촌특별세, 교통세 등과 함께 칸막이식 재정운용을 초래하는 목적세인 교육세를 조속히 폐지한다고 약속해 왔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방향에 일관성이 없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변칙적인 상속.증여를 막기 위해 관련 유형을 나열하고 이와 유사한행위에 과세토록 하는 '유형적 포괄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신종금융기법을 통한 재벌들의 부당한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실제로 시행될지 여부는두고봐야 한다.
아울러 올해말 종료되는 55개 조세감면 규정중 13개는 폐지하고 10개는 감면폭을 축소한 것도 큰 작업중의 하나로 꼽힌다. 관련 부처가 업계의 압력을 그대로 주무부처에 옮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납세자 부담 5.1조 늘어
이번 세입기반 확충을 위한 세제개편으로 세수효과가 완결되는 2003년 시점의연간 단위 세수증가액은 올해대비 7조5천억원이다. 에너지세금 인상으로 5조1천억원이 더 들어오고 조세감면으로 2조원, 교육세율 인상으로 4천억원이 각각 늘어난다. 반면, 2조4천억원의 세금이 덜 걷힌다. 즉 ▲연금불입금 소득공제 신설 등 근로자지원에 1조1천억원이 들어가고 ▲노인.장애인.소년소녀가장 비과세 저축상품허용등 지난 임시국회에 제출한 세제지원 4천억원 ▲기업이중과세 문제해결, 전화세 부가가치세 폐지 등 기업지원에 9천억원 등이다.
따라서 납세자 부담은 5조1천억원 증가하는 셈이다.
정부는 증가된 세수로 중산.서민층을 지원하는 한편 에너지 세율 인상에 따른교통요금 인상을 막기 위해 운수업체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재정적자 축소등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운수업체 보조금 지원에 2조원 ▲교육재정 지원에 1조6천억원 등모두 3조9천억원을 쓰고 나머지 1조2천억원은 재정적자 축소에 투입한다는게 정부의생각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세수증가분은 결국 교통요금인상 억제, 교육재정 확충 등에쓰이는 만큼 결국 납세자 몫으로 돌아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추가로 20조∼30조원의 공적자금을 조성해야 하는상황에서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세수배정이 너무 적은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직접세의 비중은 99년 49.5%, 올해 49.8%에 이어 내년에는 50.1%로 소폭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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