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 마자 '석달간의 가출'을 해야만 했던 신생아 미정이. 이 아이에겐 누구도 평생 겪기 힘든 끔찍한 일이 벌써 태풍 같이 휩쓸고 갔다. 타의에 의해 영원한 미아가 될 뻔 했던 것이다.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5일. 임신 34주째이던 이날 산모(25)는 평소 다니던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태아의 목 뒤에 물혹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밀검사를 위해 찾아간 방사선과 원장도 이를 확인해 줬다. "10여cm 정도 크기의 물혹이 있고, 터너증후군일 가능성이 65%쯤 된다"고 했다. 터너증후군은 성염색체 이상에서 오는 장애의 하나. 외형상 두드러진 기형은 나타나지 않지만 자궁이 생성되지 않아 여성 기능을 하지 못하는 등 장애를 동반하는 질병이다. 아기가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었다.
이런 과정이 있은 뒤 장애아로 지레 짐작된 한 생명에 대한 포기 과정이 진행됐다. 부모는 아기에 대한 포기 각서를 썼다. 아버지는 의사가 그렇게 하도록 권해서 그랬다고 했고, 어머니는 의사가 낙태를 권했다고 했다. 의사는 이 부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뒤 며칠만인 6월10일, 미정이는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의 뒷일을 챙기지 않았다. "병원측에 물었으나 주치의가 서로 마음 아픈 일이니 더이상 얘기하지 말자고 해 아이가 출산 도중 사망한 줄 알았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그런 한편에서 병원측은 "알아서" 딴일을 진행시켰다. 아이를 보호기관에 맡긴 것. "장애아로 판단됐고 부모가 포기각서를 작성했으니 데려가 키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보호를 의뢰했다"고 병원측은 주장했다. 또다른 이름이 붙여진 채 보호시설에 맡겨진 미정이. 그것만도 아니었다. 미정이는 2군데의 보호시설을 더 거쳐야 했다. 그러나 이게 무슨 일인가! 보호시설 측이 종합병원에서 진단 받게 한 결과, 미정이는 장애아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 물혹일 뿐이라는 것. 그 뒤 미정이는 딸의 생존 소식을 안 부모의 추적으로 10여일 전에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미아가 될 뻔한지 80여일 만. 이 사건을 둘러싸고 지금 부모와 병원측이 심각한 분쟁을 겪고 있다. 서로 네탓이라 떠넘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재기자가 4일 저녁 대구시내 한 대학병원 권위자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진짜 주범은 우리사회 그 자체였다. 장애아라고 해서 생명 조차 쉽게 포기하고 버리는 그 잘못된 정신자세. 개인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그 장애아들의 일을 국가 조차 남의 일 보듯 하기만 하는 이 사회 체제… 그런 것들의 합작품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李鍾均기자 healthcare@imaeil.com
참고얘기)
저는 멀티미디어팀을 맡고 있는 최미화기자입니다.
태내에서 장애아라고 버림받았던 미정이 얘기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제 목젖이 아팠습니다. 미정이와 미정이 부모, 미정이를 받았던 의료진 등등을 떠올려봅니다.
얼굴은 모르지만 '감히 어떻게 ..."라는 외마디 말이 떠오르면서 괜히 그들의 얼굴이 참 무섭게 느껴집니다.미정이의 경우를 보며 사지가 없이 태어난 일본의 오토타케를 생각합니다. '오체불만족'이라는 책을 쓴 저자로, 일본 유명대학을 나온 것으로, 몸둥이로 운동을 멋드러지게하는 것으로, 언젠가 TV에서 본 얼굴이 그야말로 천사같던 것으로 제 기억에 분명히 남아있는 오토타케가 처음 태어났을 때 그는 어머니를 한달 이상 보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비정상임을 안 아버지와 의료진들이 산모의 건강을 염려해서 오토타케를 면회시켜주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한달만에 드디어 어머니가 오토타케를 만났습니다.
모두들 너무나 긴장했습니다.
어머니가 처음 오토타케를 본 순간 내뱉은 한마디는 이것입니다
"오, 귀여운 내 천사, 나의 아기"
어머니가 한 말은 결코 쇼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평생 오토타케를, 진정한 한 생명체로, 그가 비록 손발은 없지만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기회를 부여하는데 한생을 바쳤습니다. 장애인 학교에 등록시키지 않고, 일반학교에서 정상인들이 사는 삶을 보고, 배우고, 정상인보다 더 노력하도록 가르쳤습니다. 학교에서는 다나카 선생님이 오토타케에게 강인한 정신을 심어주셨습니다. 오토타케를 동정해서 친구들이 도와주려고 하면 다나카 선생님은 단호하게 나무라십니다. "직접, 혼자해라" 사물함을 열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오토타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줍니다. 이렇게해서 오토타케는 "진짜 장애는 신체의 장애가 아니라 마음의 장애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세계 만방에 다시 입증했습니다"오토타케의 어머니가 걸었던 그 길을 미정이 어머니에게 요구하는 것은 너무 무리일까요. 우리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그토록 짐이 되었던 걸까요,
미정이와 오토타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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