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조에게는 흙을 배합하고 유약을 만드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표현 기법상의 문제다.
흙은 공장에서 꼬박(공기구멍을 뺀 상태의 흙덩이)까지 밀어 곧바로 작업할 수 있도록 주문해서 쓴다.
흙덩이와 교감이 시작되는 순간부터는 철저하게 기계적 요소를 배제한다. 물론 타인의 손도 전혀 빌리지 않는다. 도예의 조각성과 회화성에 못지않게 중요시 하는 것이 작업과정이라고 믿기 때문.
작업이 시작되면 맞춤한 흙덩이는 작업대 위에 놓고 앞뒷면을 반복하며 손으로 두들겨 편편하게 고른다. 너댓 개의 흙판이 완성되면 삼각기둥이나 사각기둥으로 잇대 붙인다. 이때 부정형의 공간이지만 윗부분은 철저하게 트임을 고수한다. 도자의 기본 원칙 '쓰임'을 염두에 둔 것.
그릇이 이삼일 마른후 표면은 일정한 방향이 없이 붓가는대로 백토를 분장한다. 때로는 조밀하게, 때로는 거친 질감으로 칠해지는데 각각은 그릇의 형태와 표현되어질 문양을 생각한 듯.
분장이 끝난 그릇은 캔버스로 역할이 바뀌는데 백토가 꾸덕꾸덕한 기면 위로 가차없는 선들이 가로질러 진다. 그러나 그 선들은 손놀림 흐르는대로만 내버려 두진 않는다. 평소 영감들을 틈틈이 스케치한 화집이 옆에 놓여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이때 도구는 지푸라기, 판자 조각, 대칼 등 굳이 그 무엇에 구애받지 않는다.
선을 그린 도구를 놓고 손가락 끝으로 유장하게 사인을 하면 일단 그릇은 작가의 손을 떠난 상태. 이제는 불의 심판만이 가름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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