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우자동차 인수에 사활을 걸어온 현대자동차가 포드의 '도중하차' 소식을 접한 뒤 예상밖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1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임박했던 6월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현대차 임원들은 15일 포드의 인수포기 소식을 접한뒤 "솔직히 당황스럽다"는 말만 되풀이한 채 공식적인 언급을 몹시 꺼려하는 표정이었다.
현대차 수뇌부은 이날 오후 3시께 구수회의를 열었으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만을 정리했고 이어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협의해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공식입장을 간략히 발표했다.
이처럼 현대차가 대우차 인수와 관련해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내지 않은 데에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현대차 지분 10%를 인수할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눈치'를 봐야하는 절차가 있다.
지난 6월 양사의 전략적제휴 발표문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대우차 입찰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고 명시돼 있고 현대차는 단지 '파트너'로 참여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결정 과정이 엄격한 것으로 알려진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최종입장을 정하기까지는 현실적으로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현대차는 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대우차 인수 의욕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현재로서는 현대차가 대우 인수를 독자적으로 결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또 하나는 현대차가 내부적으로 이미 '포드-대우'의 존재를 상정해 두고 국내외생존전략을 완성한 상태이기 때문에 선뜻 대우차 인수에 대한 입장정리를 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1일 계열분리가 승인되면서 비전 선포식 등 새로운 도약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짜놓은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포드-르노 구도로 국내 자동차산업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고 그에 맞춰 대응전략을 준비해 왔다"며 "그러나 뜻밖의 돌발변수가 생겨 어떤식으로 전략수정을 해야할지 조차 결정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여기에는 현대차 입장에서 굳이 대우차 인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정부의 대우차 처리방침이 공개돼야 알겠지만 GM과 현대-다임러크라이슬러 컨소시엄의 2파전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어서 다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측은 1차 입찰제안서 제출시 GM보다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와함께 GM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부.채권단의 기류를 확인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현대차는 인식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우차 인수여부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결정해도 문제가 없다"며 "1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때까지는 대우차 인수가 '필수'였지만 지금은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차문 닫다 운전석 총기 격발 정황"... 해병대 사망 사고 원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