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가 나라를 망친다. 대외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제도적 문제에 대한 확신을 박탈함으로써 외국 자본의 이탈을 가속화 시키기도 한다. 때문에 지금은 투명도 여하가 곧바로 그 나라의 가능성을 말하는 잣대가 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세계 도처에서는 여전히 부패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페루에서 벌어진 야당의원 매수 사건도 대표적인 정치분야 부패의 하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도 횡행했으리라 믿어지고 있는 유형이다.
개발 도상국일수록 투명성은 떨어진다. 산업기반 못잖게 중요한 '사회 기반'이 그만큼 열악함을 말하는 것. 한국에서도 지금 한빛은행 불법 대출사건이 진행 중이다.
◇태국=건설공사의 수주.시공.준공 과정에 공무원 사회와 정치계가 얽혀 있는 부패구조의 실상이 지난 13일 열린 한 건설업계 세미나에서 생생하게 폭로됐다. 건설업계 당사자, 학계, 정치계 등이 작성한 보고서, 이날 세미나 발표 등에 따르면 심지어는 대부분 관직에 나가려는 이면에는 부패로 득을 보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
관직자들은 돈을 뜯어내기 위해 일부러 공사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건설 관련 부서 말단 공무원에서 장관.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돈을 뜯어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으며, 으레 일정한 커미션을 챙기는 것이 관례가 돼 있다는 것이다.담당부서의 책임자는 실제 건설비 보다 공사비를 30~50% 높게 책정해 주는 대가로 공사비의 15%를 받는다. 장관, 국장, 대학 학장 등은 공사 수주를 도와준 대가로 7~30%의 수수료를 받는다. 때문에 대부분의 관급공사는 관리들과 연관 있는 건설업체가 수주하도록 미리 내정된다.
하급~중급 공무원들은 공사과정에서 여러가지로 도움을 주고 공사비의 2~10%를 요구하거나 매달 5천~4만 바트(15만~120만원)를 받는다. 공사대금을 인출할 때도 그때 마다 담당자에게 5천~1만 바트를 내야 한다. 준공검사 때도 향응은 의무적이다이렇게 해서 연간 태국 건설공사에서 낭비되는 돈은 200억~300억 바트(6천억~9천억원)는 족히 된다.
부패로 가장 많은 돈이 낭비되는 곳은 세무당국. 세무관리들이 챙기는 돈은 연간 600억 바트(1조8천억원)나 된다. 국가 재정당국과 예산당국에서도 각각 290억 바트와 190억바트가 새나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공무원을 상대한 기업인 80%가 돈을 요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문에 태국의 청렴 순위도 1995년 이후 계속 떨어져 최근 발표된 올해 국제 투명성 지수에서는 60위로 밀려났다.
◇아르헨티나='뇌물 노동법 파동'이 발생, 상원의원들이 수뢰 의혹을 받고, 부통령이 이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상원의원들은 지난 연초 노동자 해고를 훨씬 자유롭게 완화한 노동법 개정을 앞두고 로비단체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 왔다.
◇중국=공산중국 건국 이래 최대의 부패사건으로 불리는 샤먼(廈門) 밀수사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홍콩 무역업체 '위앤화(遠華)그룹'이 고위층의 조직적 비호 아래 십수년 간 석유.자동차.담배.고무 등을 밀수하면서 수백명의 관리들에게 수백만 달러의 뇌물을 뿌린 사건. 밀수 규모는 약 12조원(800억위안)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재판에서는 19일 처음으로 전 공안부 부부장 리지저우(李紀周)에 대해 사형이 구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 최고위 간부인 그는 밀수 묵인 대가로 120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법원 내규는 60만 달러 이상의 수뢰자는 사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 리의 선고는 10일 뒤에 있을 예정이다.
이 외에도 중국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대규모 부패 사건이 잇따라 터져, 국회 격인 전인대 부위원장 청커제(成克杰.66)가 14일 처형되기까지 했다. 그는 건국 이래 사형 판결을 받은 최고위급 인사로, 1992~98년 사이 한 자치구 주석으로 재직하면서 490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었다.
전국적으로 부패 수사를 개시한 중국 검찰은 올들어 8월까지만도 시장급 이상 관리 104명을 조사했으며, 그 중에는 차관급인 전 공안부 부부장 리지저우도 포함돼 있다고 신화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모두 2만3천 건의 부패사건을 적발, 한화로 약 1천940억원을 되찾았다는 것.
중국은 지난 3년 동안 부패에 대한 대규모 수사를 벌여왔으며,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은 이 수사가 '생사의 문제'라고 중시한 바 있다.
외신종합=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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