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유가 쇼크-산업계

국내 굴지의 한 원사업체 구미공장. 원료.부원료가 모두 기름에서 나온다. 제조원가에서 원료.부원료 비중은 75%, 연료 등 에너지 7%, 수송비가 1%를 차지한다. 기름과 관련 있는 지출 비중이 83%에 달한다. 최근 급등하는 원유가격이 이 업체의 경쟁력을 얼마나 해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이 공장 뿐만 아니라 거의 전 원사업체에 해당된다. 기름을 아끼려면 생산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원료.부원료는 줄이지 못한다. 수송비도 마찬가지여서 전력요금이나 벙커C유 등 에너지 소모를 줄이려 애쓰는 중이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하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

하기 쉬운 방법으로 전 임직원들에게 '전등 하나 더 끄기 운동'을 권장하고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미지수. 이 회사 공장장은 "마른 걸레 물 짜듯이 쥐어짜고 있지만 묘책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원사업계는 원료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어 이를 제직업체들에게 전가하고 싶지만 직물업체들의 경영여건 역시 최악이어서 그럴 형편도 못된다.

염색가공업체 상황도 악화일로다. 대구.경북염색가공조합에 따르면 지난해초 벙커C유 가격은 200ℓ한 드럼당 3만9천원으로 생산원가 점유비 25% 수준이었다.

그런데 1년8개월이 지난 현재 한 드럼에 5만9천원으로 51% 상승했다. 원가 점유비중이 38%에 육박한다.

김해수 염색조합 이사장은 "개별 중소기업 차원에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라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염색업체 가운데 대구시 서구 비산동 염색공단에 입주한 업체 93개는 에너지원이 석탄인 열병합발전의 혜택을 보고 있다는 점. 스팀 1t 생산비가 일반업체들은 3만2천600원인데 비해 염공 입주업체들은 1만1천500원이다.

지난 87년 2차 중동전 때 유가파동을 겪은 정부가 에너지원 다변화 정책을 실시, 열병합발전소를 만들어 염색공단 주연료를 벙커C유에서 석탄으로 교체한 덕분이다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장기적 포석을 갖고 석유의존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끊임없이 고부가가치 생산에 주력, 바이어들이 높은 값을 주고도 우리 제품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崔正岩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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