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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한지붕 13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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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지산동 산자락에 붙어선 30평 남짓한 슬레이트 집. 한 지붕 아래 열세 가족이 5년 넘게 살고 있다. 1호방은 총각 남정태(32)씨, 2호는 이희주(44)씨 가족, 3호는 대학생 김순철(28.금오공대 4년)씨, 5호와 6호는 신혼부부…. 세대는 물론 인생유전도 제각각이지만 사람의 향기는 더없이 풍요롭던 곳.

결혼과 이혼을 거치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 무기력증에 빠져 식음을 전폐하고 알코올중독자로 전락한 김옥희(42.여)씨가 쓰러지자 한 지붕 식구들은 급히 생활비를 쪼개 김씨를 순천향 구미병원에 입원시키고 치료 기간 내내 병상을 지키며 알코올중독 금단증세를 이기도록 도우면서 병원비 마련에 함께 나섰는 등 한식구나 다룸 없는 정을 나눠왔다.

이들 형제나 다룸없는 한지붕 열세가족에게 비상이 걸린것은 이달초. 집주인이 은행빚을 값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겨지면서 모두들 전세금도 제대로 못 받고 거리로 쫓겨나야 할 처지에 놓인 것. 대학생 김순철씨가 취업도 미룬 채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찾기 힘든 상태다.

가난 속에서도 살가운 정이 좋아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이사갈 생각도 미루던 사람들. 틈나는대로 마당에서 '삼겹살 파티'를 즐기며 서로의 어려움을 어루만지던 한 지붕 식구들은 이제 대책도 없이 뿔뿔이 흩어져야 할 걱정에 5년여를 지탱해온 웃음마저 잃었다.

"벌써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그나마 정을 나누며 의지해오던 이웃마저 없다면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지 두렵기까지 하네요" 걱정하는 한 지붕 식구들의 얼굴에는 국가적인 경제위기는 한 발 건넜다 해도 서민들은 아직 IMF의 긴 터널 속에서 헤매고 있는 우리 사회의 슬픈 단면이 비치고 있었다.

구미.李弘燮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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