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부패와 사치 '페이나도'

부패와 사치는 이성마비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같다. 그것은 술에 취한 모습이면서 실제 부패의 형태로 고급술을 선택하기도한다. "금잔에 가득찬 맛좋은 술은 수많은 백성의 피"(金樽美酒千人血)라고 읊었던 옛시절 춘향전의 어사또 질타는 접어두더라도 고급양주 나폴레옹 꼬냑에 취한 정경유착을 꼬집어 "나폴레옹 곤야꾸"라했던 박정희대통령시대의 부패도 이를 말해준다.

프랑스산 나폴레옹 꼬냑에 취한 고관대작들과 재벌들의 추태가 영웅 나폴레옹이 술에 취해 곤야꾸(일본 음식)처럼 흐늘흐늘해졌다는 희화적 표현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술이름만 바뀔뿐 본질은 마찬가지였다. 정권이 바뀌고 부패도 세련미를 더했음인지 한동안은 꼬냑보다 더비싼 프랑스산 '루이 13세'가 최상급 뇌물품목으로 소동을 빚더니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도덕불감증에 걸려 경제위기를 불러왔다. 그결과 IMF에 경제주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위기극복을 위해 사치낭비를 줄이자던 캠페인이 일면서 고급양주 소비가 다소 주춤하던 것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올2월부터는 외국의 부자들도 잘 마시지 못한다는 발렌타인30년산, 조니워커 블루 등등이 마구 쏟아져 들어왔다. 고급 룸살롱에서 하루저녁 술값이 수백만원이란 보도가 세인들을 놀라게하는 것도 이같은 고급양주가 낀 것이다.

현정부들어 가장 큰 의혹사건의 하나인 한빛은행 대출비리사건의 핵심연루자들 끼리 뇌물로 주고받았다는 100년 묵은 스페인산 고급양주 '페이나도'가 화제가 되고있다. 사교계에서 한다하는 사람도 이 술을 마셔보지못한 것은 물론 이름조차 들어보지못했을 정도였을 만큼 희귀한 술이다. 수사 검찰도 국내 전문가들에게 술값을 물어보았으나 몰랐다는 것이다. 부르는게 값이란 이 술을 마시는 사람은 누구일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술사치가 제2의 위기징조인 것같아 숙취가 남은 머리처럼 갑자기 어지럽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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