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드라마 왕국'으로 불렸던 MBC의 아성은 난공불락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다른 방송사들이 아무리 기를 쓰고 드라마를 만들어도 간혹 1,2편이 명함을 들이밀 뿐 상위권 드라마의 상당수는 MBC 차지였다. 그러나 최근 2~3년을 지나오면서 MBC 드라마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평준화 단계를 거쳐 몰락 조짐까지 엿보이고 있다. 물론 MBC 드라마의 전통은 올해에도 빛이 나 '허 준' '신귀공자' 등 빅 히트작과 인기작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는 MBC 입장에서 보면 '그리웠던 옛날'을 회상시킬 뿐이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데 비해 어쩌다 1,2편이 인기를 얻는 요즘의 실정은 수년전 다른 경쟁사들이 처했던 입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가을 개편이 실시된 후 드라마 인기판도를 보면 'KBS와 SBS 상종가, MBC 하락세'이다. 지난 18일 첫 방송된 MBC의 월화드라마 '아줌마'는 '스타 PD'인 장두익 PD,원미경,강석우 등 탄탄한 중견연기자들로 진용을 갖췄으나 같은 시기에 시작된 KBS 2TV '가을 동화'에 밀리고 있다. 이는 MBC로서는 월화드라마 부문에서 2년여만에 KBS에 뒤지는 것이어서 내부 충격은 적지 않은 상태. 일일연속극 역시 KBS 1TV의 '좋은걸 어떡해'의 인기가 탄탄해 MBC의 '당신 때문에'는 별 인기를 얻지 못한채 종말을 맞고 있다. 최근 새 드라마로 단장한 수목드라마 부문은 SBS의 '줄리엣의 남자'가 강세이며 MBC의 '비밀'은 6~7% 시청률이 뒤져 고전중이다.
이에 비해 MBC를 울상짓게 한 KBS는 '가을 동화'의 선전으로 희색이 만면. '가을 동화'는 14년간을 친남매로 살아오다 우연한 사건으로 친남매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고 헤어진 두 사람이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뒤 슬프고도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된다는 줄거리. 통속적이며 신파극으로 흐를 수 있는 소재지만 '운명적 사랑'이란 얼마나 매력적 소재인가? 거기에다 CF감독 출신의 연출자(윤석호 PD)가 서정적이고 수채화같은 영상미를 내뿜으니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도 남는다. 주부들이 좋아할 스토리 전개와 젊은이들의 감각에 맞는 영상, 그리고 그들로부터 인기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송승헌과 송혜교를 주연으로 내세운 것은 KBS가 인기를 얻기 위해 상당히 치밀하게 준비했음을 엿보게 한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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