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신혼을 일컬어 깨가 쏟아지는 시기라고들 한다.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깨가 다 쏟아진 뒤의 빈 깻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참으로 허무하고 초라하기 이를데 없는 모습이다. 남녀가 서로 사랑할 때는 그 감정이 영원히 지속적일 것 같다. 그러나 사노라면 그 감미로움은 곧 권태로움으로 반전되고 급기야는 절망적인 굴곡으로까지 치닫는게 아니던가.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40대 남자의 사망률이 변동도 없이 몇년째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는 사별이든 이혼이든 배우자와의 결별이라고 한다. 더구나 요즘은 몇십년씩 같이 산 부부라 할지라도 뜻이 맞지 않으면 한 순간에 갈라서는 이혼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직장에서의 구조조정과 과로까지 겹쳐 우리 남편들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오십대 한 부부의 모습을 10여년 넘도록 지켜보는데,보면 볼수록 그들의 모습이 불가사의하게 느껴졌다. 도저히 배겨낼 것 같지 않은 서로의 불균형적 성격 차이를,그들은 밀가루 반죽을 주무르듯 열심히 공글리며 쉬임없이 비져나오는 모난 곳을 밀어넣고 움푹 패이는 부분은 다시 채워넣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것은 가히 빈 깻대 속에 '성숙'이라는 높은 차원의 사랑을 새로이 다져넣는 눈물겨운 노력이었다. 그랬다. 사랑은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머리와 심장과 전 인격이 총동원되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아내의 지극한 사랑이 있는 한 남편은 아무리 힘들어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제 하루 한 번씩 파격적인 칭찬을 시도해 볼 작정이다. 우선 퇴근해온 남편에게 "당신 최고예요! 우리 남편 만세!"라고 해볼까. 그러면 남편은 아마 눈이 휘둥그레져서 "당신 와카노? 돈 떨어졌나!"라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비칠비칠 뒷걸음질 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쉬 변치않을 빈 깻대를 채우는 행복인데 못할 게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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