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융불안 최소화

정부와 여당은 17일 예금부분보장제를 당초 계획대로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되 한도는 당초 예정인 2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이 정도의 금액이면 예금부분보장제의 개혁적 취지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금융시장 불안을 극소화 할 수 있다는 게 당정의 판단이다.

특히 이날 당정은 이 제도를 연기할 경우 정부정책에 대한 금융시장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예금부분보장제의 의미와 도입 배경

예금부분보장제는 금융기관이 망하더라도 정부가 예금자들의 예금 전액을 보장하지 않는 제도다.

예금부분보장제는 새롭게 도입하는 제도가 아니다. 단지 외환위기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정부는 원리금 2천만원까지만 보호하는 부분보장제도를 시행해 오다 지난 97년말 외환위기 당시에 뱅크런(급격한 예금인출)에 따른 금융시장 붕괴를막기 위해 원리금 전액보장으로 전환했다.

이어 98년 8월부터 금융기관의 고금리 수신경쟁 등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예금 원금이 2천만원 미만일 경우에는 이자까지 포함해 2천만원까지, 원금이 2천만원이상이면 이자를 제외한 원금만 보호하고 있다. 즉 원금은 완전히 보장해주고 있다.

내년 1월1일부터는 5천만원을 넘는 원금에 대해서도 보호하지 않는다. 즉 예금자들은 거래 금융기관이 파산했을 경우 무조건 원리금 5천만원까지만 되돌려 받을수 있으며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예금부분보장제는 당연히 도입해야 하는 제도다. 투자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예금했다가 금융기관이 파산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전액을 대신 갚아주는 것은 경제원칙에 맞지 않는다.

예금부분보장제는 금융기관간의 우열을 가려내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예금 전액을 보장하면 비우량 금융기관이 고금리로 예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만큼 구조조정에 적극 나설 이유가 없어진다. 우량 금융기관들은 상대적 불이익을 당한다.

◆ 왜 보장한도를 5천만원으로 정했나

이 제도의 개혁적 취지를 살리는 동시에 금융시장 불안을 최소화기 위한 방안이라고 재경부는 설명했다.

그동안 나온 연기론을 수용하면 금융.기업구조조정이 지연되는 데다 현 정부의 개혁의지가 퇴색한 것으로 국내외에 받아들여져 앞으로의 개혁추진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도 2천만원을 고수하거나 3천만원.4천만원 수준으로 높이면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울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은행 예금자들의 대부분이 예금부분보장제 시행으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지만 분위기에 편승해 덩달아 자금인출에 나설경우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을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또 5천만원을 초과해 정하면 이 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사실, 보장한도 5천만원도 높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 금액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5배로 선진국의 평균 2~3배보다 훨씬 높다. 미국의 경우 보장한도는 10만달러로 1인당 GDP의 3.4배다. 지난 1933년에는 GDP의 10배수준인 2천500달러로 시작했다가 80년에 8배인 10만달러로 높여 현재까지 유지해 오고 있다. 이 금액은 현재 GDP의 3.4배 정도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적정수준은 GDP의 2~3배인 2천만~3천만원으로 보고 있다. 당초에 보장한도를 2천만원으로 정해놨던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늦어도 2년안에는 금융시장 동향을 살펴 이 수준으로 낮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금융구조조정이 거의 종결될 것으로 보이는 2002년 하반기에 한도를 다시 내려야 한다고 재경부에 최근 권고했다.

◆별단예금.당좌예금 완전보장 검토 이유

정부는 요구불 예금중 금리가 제로인 별단예금과 당좌예금에 대해서는 2003년까지 3년간 부분보장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결제수단 성격인 이들 두 예금에 대해서는 원금을 전액 보장해준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융기관이 파산했을 경우 기업결제 시스템이 흔들려 실물경기에 타격을 줄 수도 있으며 이를 우려한 금융기관들이 이들 자금을 미리 이동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기관별 보장한도를 차등화 하자는 일부 견해는 채택되지 않았다. 보장한도가 높은 금융기관으로 자금이 몰리는 자금편재를 초래할 수 있으며 보장한도를 높이려면 예금보험료도 더 많이 받아야 하는데 금융기관들은 그럴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시장이 더욱 불안해질 우려는 없나

재경부는 보장한도를 5천만원으로 높여 시행해도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은행의 경우 5천만원 이하 예금자는 99.3%에 이르며 이들 예금의 비중은 36.0%다. 따라서 0.7%의 예금자와 64.0%의 예금이 보호되지 않으며 이들 예금이 대거 이동하면서 금융시장 혼란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은행에 예치된 거액예금은 주로 법인.금융기관 예금으로 계열관계, 대출관계 등 특수관계에 의해 맡긴 돈이므로 예금부분보장제에 따라 자금을 이동시키지는 않는다는 게 재경부의 설명이다.

더욱이 재경부는 별단.당좌예금을 전액 보장하는 별도의 안전장치도 강구할 계획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신협의 경우 보호대상은 예금자기준 99.6%, 예금액기준 93.1%다. 당초 신협은 보장한도가 2천만원으로 확정되면 예금자의 91.5%, 예금액의 53.7%만이 보호돼 자금이탈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해 왔다. 그러나 한도가 5천만원으로 조정되는 만큼 신협의 부담은 완전히 덜게 됐다.

금고의 경우 예금자는 97.1%, 예금액은 49.8%가 보호된다. 2천만원 한도시의 91%와 37.6%에 비해 보호대상이 적지않게 확대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 정도의 보호수준은 불량 금고를 퇴출시키고 합병을 유도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종금은 예금자 58.6%, 예금금액 5.8%만이 보호받는다. 그러나 정부는 남아있는 종금사들이 많지 않은 데다 한국.한스.중앙 등 주요 종금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예금보험공사의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계획이어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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