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사일.테러 등 異見 조율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이 18일 발표됨으로써 북한과 미국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현직 미국 관리로는 최고위급이자 현직 각료로는 최초인 올브라이트 장관의 평양 방문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빌 클린턴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북미 수교 협상의 임무도 띠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은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 3박4일의 짧은 체류기간에 평양과 워싱턴을 급속도로 가깝게 보이도록 만든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한 데 따른것이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경우에 한해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행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게 미국측의 기본 입장이지만 이제는 클린턴 방북이 이뤄지지 않는 게 뉴스가 될 상황으로 변했다.

조 부위원장은 클린턴 대통령, 올브라이트 장관,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과 각각 회담을 갖고 양국 현안을 깊숙이 논의했으며 올브라이트 장관과 공동 성명도 발표했으나 '분위기만 잡았을 뿐' 알맹이는 꺼내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미사일, 테러, 핵 등 기존 현안에서 조 부위원장 방미를 계기로 새로 부상한 연락사무소등 외교 공관 개설에 이르기까지 북한측과 미리 이견을 조율, 클린턴 대통령이 평양까지 편히 들어갈 양탄자를 깔아놓는 게 올브라이트 장관의 임무인 셈이다.

물론 그동안 뉴욕 채널등을 통한 양국간 실무접촉에서 현안들이 꾸준히 논의돼 왔지만 주요한 문제들은 올브라이트 장관이 평양에 들어갔을 때 마무리 될 공산이 크다.

미사일 문제는 서방에서 발사체 기술을 지원해 주는 조건으로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고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밝힌 의중이 조 부위원장의 방미를 통해 확인된 만큼 올브라이트 장관의 평양 방문에서는 구체적인 조건과 함께 수출 금지를 포함한 전반적인 협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핵 문제는 최근 두드러진 현안이 없으므로 제네바 핵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재차 촉구하는 선언적 행위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테러 문제는 어떻게 하면 북한이 체면을 구기지 않고 요도호 납치범 추방이라는 까다로운 걸림돌을 제거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연락사무소 개설 문제는 조 부위원장의 방미때 구체적 협의가 없었으나 미국은 이번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락사무소는 이미 지난 1994년10월 제네바 합의때 마무리된 문제로 미국은 이듬해 초대 연락사무소장을 두 번이나 내정하는 등 평양사무소 개설 준비에 들어갔으나 북한측의 기피로 지금까지 지연된 것으로 김-클린턴 회담에서 합의되면 연말이나 내년 봄에는 초대 사무소장 부임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한국은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에 이어 곧바로 서울에서 한.미.일 외무장관회담을 주최함으로써 동맹국간, 특히 한미간 공조 체제에는 '틈새가 없다'는 점과 함께 한반도 정세는 한국이 주도하고 있음을 과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브라이트 장관의 정지작업이 원만하게 이뤄져 클린턴 대통령의 역사적인 방북이 실현될 경우 그 전후에 클린턴 대통령이 서울도 방문, 남북 동시방문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으나 빡빡한 한미 양국 정상 일정을 조정해야 되는 어려움이 있다.

어쨌던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과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행 및 김-클린턴 회동은 지난 6월의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한반도의 냉전 구도 해체를 향한 또 하나의 이정표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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