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아셈회의 개막

일국의 대통령으로 정상회담을 위해 국빈 방문하는 경우는 부부 동반이 관례다. 그런데도 20일 개막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가한 26개국의 정상(頂上)과 정상급 대표중 16명의 정상이 부인을 동반하지 않고 '나홀로'입국(入國), 눈길을 끈다.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부인은 시어머니 간병 때문에 빠졌고 핀란드의 홍일점 할로넨 대통령은 '퍼스트 레이디'일색의 정상 부인들사이에 외롭게(?) 끼여드는 남편 모습이 볼성 사나울것 같아 동반을 피했다. 그런가하면 그림자 내조로 소문난 모리 일본총리도 '나홀로'입국 케이스다. 이처럼 각국 정상들의 상당수가 부인을 동반하지 않은 것은 아셈회의가 워낙 '실무'(實務)성격이 강해서 부부동반을 않아도 결례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당수 정상들이 부인을 대동않은 홀가분한 차림으로 서로 만나 유라시아의 번영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해 깊이 논의하는 모습은 인상깊다. 이들은 21일까지 2박3일동안 정상회담 20여회등 70여차례의 양자회담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간의 정치.안보.경제.통신분야의 협력 강화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3일동안 70여차의 정상급 회담이고보면 그야말로 '외교 박람회'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더구나 한.중.일 정상회담외에는 아시아국가끼리의 정상회담이 없다시피한 아시아권역 국가에게 이번 아셈회의는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고 경제협력등 현안을 논의할 절호의 기회가 될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회의를 통해 우리는 중국을 비롯한 유럽 제국과의 경제협력등 여러가지 실질적인 이익 또한 적지 않게 얻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아셈과 때맞춰 NGO(비정부기구)들이 벌이고 있는 아셈2000 민간포럼의 주장도 우리의 눈길을 끈다. 지난해 12월 미국 시애틀에서 위력을 과시한 NGO 모임에 이번에도 국내외 200여단체 800여명이 모여 아셈의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는 초국적 자본의 세계지배를 돕고 제3세계와 선진 열강과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한다는 이들의 절규를 아셈의 정상들이 얼마나 귀담아 들을는지 궁금하다. 이번 회의에선 전례없이 공식 대표단과 내외신 기자등 3천명에게 식사를 무료 제공하는 등 풍요롭지만 삼엄한 경비가 어쩐지 껄끄럽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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