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운문-가을산

늦은 나뭇잎들은쓸쓸한 허기처럼 달려 있고

세상의 환멸 속으로

온 몸 던져 붉게 타오르던 별

몇몇은 탈진한 채

저 먼 기억의 고향을 찾아

가랑잎이 되거나 바람을 좇아

우주 속으로 사라졌다.

일행을 놓쳐 버려 붉게 젖은 별

너그러운 햇살은

차마 젖은 별 말릴 수 없어

구름 속으로 숨고

가끔씩 바람이라도 불어와

붉은 별무리 흔들어 주었으면.

때론 더운 한 철

세상 깊숙이 내려가 흔들리며

푸른 시간을 지배한 적도 있다.

긴 울음 끝에

푸석한 얼굴, 목적이 따뜻해지고

탄력받아 달뜬 몸

고향집으로 달음질 치게

타악기 풍으로, 바람아 불어라

안타까운 우주의 파편

가을산이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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