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말 밝은사회-언어폭력 추방 캠페인-(11)길거리 말투

주부 장모(42·대구시 달서구 용산동)씨는 지난 달 29일 새벽에 교회로 가다 황당한 꼴을 당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명의 청년이 갑자기 중앙선을 가로질러 장씨 차 앞에 차를 세우더니 대뜸 "너 혼자 운전하냐"며 갖은 상욕을 퍼붓고 달아났다.

행인이 없는데도 신호등을 지키며 준법운행을 한 잘못(?)을 저지른 장씨는 두 청년의 포악스런 기세에 눌려 대꾸 한마디 못하고 분을 삭여야만 했다.

창원에서는 지난 달 28일 지체장애인 운전자가 서행을 하자 뒤따르던 차량의 운전자가 대학생 아들과 함께 그 장애인에게 폭언을 퍼붓고 주먹까지 휘둘러 경찰에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우리네 길거리를 지배하는'말 법'두가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목소리 크면 장땡'이라는 상식을 뛰어넘은 거리의 무법자들에게 '전가의 보도'가 된지 오래다.

웬만큼 점잖은 사람도 핸들만 잡으면 흔히'싸움 닭'처럼 거칠어지는 것이 우리사회의 분위기이다. 자신은 곡예하듯 요리조리 차를 끼워넣고 아무데나 주정차하여 주행흐름을 방해하면서도 다른 운전자가 조금만 늦게 가거나 자기 차 앞에 끼여드는 것을 용서치 않는다. 난폭운전자가 준법운행 운전자를 되레 째려보고 욕하는 사회. 번잡한 거리에서 거친 폭언과 함께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우는 모습도 우리에겐 익숙한 광경이다.

특히 여성운전자들의 피해의식은 심각한 정도이다. 거리에 나설때마다 폭언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서달선(48·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씨는 "남성운전자들은 여성운전자들을 걸리적거리는 존재, 거리의 방해꾼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안전운행을 하는데도 핀잔은 기본이고 집에 가서 밥이나 하라는 등 자존심을 할퀴는 폭언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관계 전문가들은 거칠고도 메마르게 배설해 버리는 언어습관과 여유있는 말투를 용인하지 않는 각박한 세태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그 밑바닥에는 산업화로 이웃을 중시하는 공동체정신이 와해되고 사회가 파편화되면서 말투도 함께 척박해지고 있다는 것.

안동대 임재해 교수는"아름다운 말쓰기 운동은 물론이고 사회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세대간, 남녀간 소통되는 말씨가 부드러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