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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 편지쓰는 노총각 안이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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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영(38)씨는 대구 노원동의 한 도금공장에서 일한다. 밤에는 구미의 야간대학에 다닌다. 그러나 그뿐만이 아니다. 수업을 끝내고 대구 남산동 집으로 돌아오면 밤 11시가 넘기 일쑤. 씻고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이다. 하지만 그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아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24시간 짜리 하루는 그에게 너무 짧다.

노총각이라서 먼 곳 애인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일까?

그러나, 아니다. 편지 봉투의 받는 사람 주소는 늘 화원교도소, 김해교도소, 청주교도소, 부산소년원… 15년 전 수인이었던 친구를 면회한 후 이 편지쓰기엔 변함이 없다. 알음알음으로 더 많은 수인들을 알게 될 수록 그가 쓰는 편지 양은 늘어났다.

들쭉날쭉한 맞춤법, 특별히 중요할 것 없어 보이는 내용… 그러나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맞춤법이 틀려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고, 쓸모 없어 보이는 내용도 수인들에게는 큰 위안을 준다. 지금까지 그가 쓴 편지는 1천통이 훨씬 넘는다. 답장은 절반쯤 왔다.

그는 더 이상 나눌 여지 없어 보이는 얄팍한 월급을 이리 쪼개고 저리 나눈다. 책값, 우표 값, 편지봉투 값, 늦깎이 공부 학비… 고교, 전문대, 대학까지 제 손으로 돈 벌어 다녀야 할 만큼 그는 가난했다. 지금 역시 학비 마련에도 힘에 부친다. 그러나 책을 살 땐 꼭 2권씩 산다. 세상 밖이 그리운 수인들, 혹은 전 직장의 동료들에게 한 권씩 부치고 싶기 때문이다.

얼른 대하면 그는 허술해 보인다. 허름한 옷차림, 어수룩한 미소, 하고 싶은 말을 간결하게 설명해 내지 못하는 어눌한 말투…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주저함 없이 그를 '따뜻한 사람' 이라고 말했다.

황무지에 빈약한 씨앗 하나 뿌려 두는 마음으로 시작한 편지 쓰기. 그러나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을 성싶은 담너머 땅에도 생명은 푸른 싹을 틔웠다. 그와 편지를 나누던 13명 중 8명은 출소해 이 강퍅한 들판에서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내리고 있다.

내일 모레쯤 담 너머로 배달 될 그의 편지는 사소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거기도 가을입니까?"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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