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3차 문제 최우수작

사랑은 서로를 위해 주고 아껴 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빌미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소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각자의 개체는 똑같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을 위해서' 또는 '아이를 위해서' 등의 이유로 여성의 삶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도록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리고 이것을 전통인 마냥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여성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위 읽기 자료의 세 사람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우선, (나)의 어머니는 비판받아야 한다. 남편이 밖에서 열심히 일하는 동안 그녀 자신도 집에서 청소, 빨래 등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열심히 일했다. 수입이 없다고 해서 권리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실질적인 수입원이 남편이라 하더라도 그 돈은 둘이 함께 고생해서 모은 돈이다. 그러므로 그 돈은 공동소유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그녀는 그 돈을 저금하고 찾아 써야 하는 사람이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렇듯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 하지 않고 쉽게 양도해 버리는 그녀의 행동은 비판받아야 한다.

둘째, (다)의 김향숙씨는 비판받아야 한다. 그녀는 누가 그녀에게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 생각하여 교직을 떠났다. 그것은 스스로 자신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린 것과 다름없다. 아이를 염두에 두고 일을 해야 하는 여성들과 아이는 '여성의 몫' 이라 여기고 직장에만 매진하는 남성들. 그들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양육은 공동의 책임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직장을 그만두는 남편은 없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그녀는 양육은 '여성의 몫' 이라는 인습적인 사고방식으로 자신을 묶어 놓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녀의 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라)의 김씨는 비판받아야 한다. 아내는 남편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의 생각대로 말하고 움직여야 하는 인형도 아니다. 그는 그와 같은 동등한 교사인 그녀의 권리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똑같이 일을 하는데도 양육과 집안 일을 모두 아내의 몫으로 돌린다.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리고 그의 아내가 친정식구와 친정부모보다 시집식구와 시부모를 더 잘 챙겨 주기를 바란다면 그 자신부터 처갓집을 잘 챙기고 장인, 장모를 잘 모셔야 할 것이다. 이렇듯 여성을 자신의 소유물 중 하나로 여기고 그녀의 권리를 무시하는 그의 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

부부 관계란 서로를 각자 존엄성을 가진 개체로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권리를 존중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여성들은 아이 양육과 집안 일이 '여성의 몫'이라는 인습적인 사고를 버리고,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남성들은 아내를 자신의 소유물쯤으로 생각하는 사고를 버리고 똑같은 인격체로서 존중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 나갈 때 그들은 비로소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원만한 부부 관계를 실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 지 연

(대구외국어고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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