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이태수 논설위원)

해마다 스쳐가는 유행병처럼 올해도 대학 입시 열풍의 회오리가 불어닥쳤다. 늘 이맘때면 날씨가 추워져 '입시 한파'라는 말도 나돌았다. 하지만 올해 수능시험이 치러진 어제는 다행히 수은주가 크게 내려가지 않았으나 비나 눈이 조금 내리고 흐린 날씨였다. 이제 수험생들은 긴장했던 몸과 마음에 해방감과 아쉬움이 한꺼번에 덮쳐 오겠지만, 차분하게 점수를 헤아려 진로를 가늠하고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해마다 그렇듯이 올해 수능시험 출제를 싸고도 논란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이 시험의 출제 방향은 전국의 학생겚내?학부모, 교육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큰 관심사이므로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그 방향은 학교 수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학원이나 교육 관련 기관들도 그 방향에 따라 움직인다. 근년 들어서는 출제가 쉬워져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출제본부측은 이번 수능시험은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어렵게 출제했다면서도 쉬운 문제에 높게 배점하는 방식을 적용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는 영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더라도 대체로 어렵고 사고력이 요구되는 문제에 배점이 높았다. 그러나 올해는 그 원칙이 정반대였다. 이 때문에 수능시험을 주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마저 당황하고 있다고도 한다.

출제본부측은 출제 기본방향 공식발표를 통해 '문항이 쉽더라도 핵심적이며 기본적인 내용을 묻는 문항은 높게 배점했으며, 상대적으로 어려운 문항이나 교육과정상 비중이 적은 문항은 낮게 배점했다'고 밝혔으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수능이 대학에서 공부하는 데 충분한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를 시험하는 것이라면 배점을 거꾸로 한 느낌마저 없지 않다.

그렇다고 수능이 반드시 어려워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 기본 목적에 부합되는 문제를 내야 하고, 배점도 그런 원칙에 벗어나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문제를 쉽게 출제해 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하향 평준화시키고, 배점도 거기에 이바지한다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것이 아닐는지. 이즈음 세상 돌아가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수능의 배점마저 거꾸로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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