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타'는 1910년 중반부터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졌다. 물론 그 이전에도 배우가 있었고 원시적인 형태나마 배우 중심으로의 연극도 만들어지기는 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스타 시스템에 의해 '스타'가 만들어진 것은 이때부터다.

1910년 이전의 영화제작자들은 배우들이 높은 출연료를 요구할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해 영화의 자막에 배우들의 이름을 넣지 않았다. 그러나 관객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배우들에게 이름을 붙이는 것을 보고, 영화사는 배우의 이름이 돈버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어서 등장한 TV는 '배우'를 대량 생산하게 되었다.

최근 노동부의 서울시내 남녀 중.고교생 2천995명을 대상으로 한 장래 희망직업에 대한 조사결과 교사, 디자이너에 이어 연예인이 세 번째로 높은 순위였다. 연예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개성발휘' '화려해서' '짧은 시간에 큰 돈을 벌어서' 등인 듯 하다.

그러나 연예인이라고 다 화려하고 돈 많이 버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일 간암으로 사망한 '용의 눈물'의 탤런트 태민영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직접적 원인이 술장사로 인한 과음과 과로였을 만큼 대다수 연예인들이 생계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92년 한국방송연예인 노동조합이 연예인 25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94.8%의 연예인들이 퇴직금 등의 노후 대책이 없음으로 인해 불안해하고 있고 65.1%의 연예인들이 불규칙적인 수입 때문에 저축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대다수의 연예인들은 춥고 배고프다는 말이다.

가수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매년 700~800여명의 가수 지망생이 수천만 원의 돈을 들여 데뷔 앨범을 취입하지만 그 가운데 '히트'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지난 달 일본 최고의 인기가수 나미에와 스피드를 배출한 오키나와 액터스 스쿨을 다녀왔다. 일종의 연예인 대안학교. 어릴 때부터 탄탄한 훈련과 실전을 통해 연예인으로서 실력을 기르고 매사에 자신감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는 젊은이를 양성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과 같은 시스템의 스타 양성학교가 없다. 그래서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청소년들은 거리로 나서야 한다. 박지윤의 야한 춤을 앙징스럽게 춰 인터넷 스타가 된 구슬기란 꼬마까지 거리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스타가 되기 위해선 거리로 나서라?' 그러나 조심해야 될 것이 있다. 거리에서 스타가 될 확률이 모래밭에서 바늘찾기 라면 불량브로커를 만나 피해를 입을 확률은 그 반대라는 것.

대경대 방송연예제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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