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4차 문제 최우수작

우리 문화는 예로부터 할 말을 참고 속으로 삭이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과묵함의 미덕이 건전한 비판적 의견조차도 봉쇄해 버리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문제는 이 경우 건전한 비판의식이 불만으로, 그 불만이 상대에 대한 불신으로, 불신은 반목과 대립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건전한 비판 문화에 대한 이해와 그것의 활성화를 위한 논의는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데 꼭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비판과 고발 문화가 서구 사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먼저, 유교 문화에 바탕을 둔 수직적 사회 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윗사람에 대한 비판을 불경(不敬)으로 여기는 풍토, 그리고 비판하는 사람을 건방지다고 여기는 풍토에서는 비판 문화가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다음으로 혈연, 지연, 학연 등 사적 관계를 공적 관계보다 우선시하는 풍토가 건전한 비판과 고발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었다. 공익의 측면에서 옳다고 판단되는 경우일지라도 "'안면(顔面)'을 봐서 그 사람한테 내가 그럴 수는 없지!"라고 말하는 것을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비판적 입장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회 구조나 풍토에 적응하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지 비판 대상의 행위에 대해 동조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서 문제는 발생하게 된다. 어떤 문제라도 해결되지 않고 묻히게 되면 속으로 곪아 썩어 마침내 더 큰 문제로 터지게 되는 것이 일이 돌아가는 이치이다. 조선 시대 당쟁의 역사도 건전한 견제와 비판으로 시작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비판이 왜곡되면서 모두에게 손실을 가져다 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비판 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한 집단은 의사 결정이 경직되고 그 결과 판단에 결정적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높아져 끝내는 좋지 못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독재 정권들이나 족벌 체제의 재벌 기업들이 썩어 무너지는 원인을 살펴 보라.

이제 사회 구조가 바뀌면서 문화도 바뀌게 되었다. 바뀐 현대 사회 문화의 특징 중 하나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한 인터넷, 통신의 일상 생활화이다. 온라인을 통한 인터넷은 익명성을 특징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비판의식의 표출에 있어 지금까지의 사회 구조나 풍토에 의한 억제로부터 자유롭게 되었다. 그리고 젊은 세대 특유의 거침없는 직설적 비판과 오락적 태도가 어우러져 디스랩 또는 안티사이트라는 표현 방식을 찾아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 의식 표현의 새로운 방식이 젊은 세대의 특성인 열정에만 이끌려 자제력을 상실한 채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내용에만 치우쳐 논리를 잃게 된다면 원래의 비판 의식은 가치를 찾기 어렵게 될 것이다.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혀 왜곡된 상태를 바로잡는 데 비판 의식의 참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는 서로의 가슴에 상처만을 남기게 될 뿐이다.

사회 발전의 책임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건전하게 비판하고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이는 건전한 비판 문화의 활성화를 통해 가능한 일이다. 변화한 사회에서 새로운 비판 의식 표현 방식을 이해하고 사용하여 건전한 우리 모두 사회 발전을 위하여 힘을 보태자.정 은 숙

(경상여고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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