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최대 학원도시 '경산'대학은 많지만 대학문화는 없다

전국 최대 대학 밀집 도시인 경산시에 대학 문화 공간이 사실상 전무해 대학생 및 교직원은 많지만 대학문화는 황무지화 상태다.

이때문에 수 많은 대학생과 교직원들의 대학외 문화 생활을 거의 대구로 빼앗겨 지역 경기 부양 등 대학을 지역 발전에 접목시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 대학들도 지자체간, 대학 상호간에 구심점을 확보하지 못해 협력보다는 반목, 이질감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일본등 선진 외국의 대학 도시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대학생들의 생활 및 문화 공간을 마련해 주는 등 행정을 대학 중심으로 펴는 것으로 알려져 경산 역시 대학을 위한 문화 및 생활 공간 제공은 경산시의 몫이자 역할이라는게 도시 전문가 및 대학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학원연구도시를 추구하면서도 그동안 대학 문화 공간 하나 없이 방치해온 경산시의 시정 의지에 의문을 던져주는 것은 물론 시가 대학에 대한 각종 지원에 인색했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경산에는 현재 11개 대학이 들어서고 1개 대학이 신축, 1개 대학은 인가 절차를 밟아 교직원과 대학생은 12만5천여명에 달해 외형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 볼 수 없는 대학 밀집 도시로 성장했다는게 대학 관계자들의 설명.

그러나 대학생들이 공유할 수 있는 대학 문화 공간이 없는 탓에 대학이 밀집한 경산, 하양읍 일대에서 N세대 문화 등 대학 문화를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교직원과 대학생들은 대학외 생활을 거의 대구에서 보내고 있다.

또 교직원과 대학생의 절반 이상은 거주 자체조차 지역에서 않아 경산은 대학은 많지만 대학생이 모이지 않는 그저 스쳐 지나는 곳으로 전락한 실정.

현재 영남대, 경산대 등 5개 대학이 모여 있는 경산권과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경일대 등 5개 대학이 있는 하양권에는 대학 부근마다 소주방, 호프집, 게임방 등 대학생들을 상대로한 각종 업소 10~30개소가 고작이다.

또 지난 96년 경산시내에 시민회관이 개관됐지만 800명 수용 규모이고 자체 프로그램이 어린이 합창단, 발레단 등 어린이. 청소년 대상의 프로그램밖에 없는 것을 비롯 관급공사 입찰 장소와 초.중.고교생들의 발표회 등 각종 행사 대관 기능에 불과해 시민회관은 대학생들을 위한 문화 공간은 못되는 실정.

경산시는 지난 97년 종합 발전 계획인 「경산 21세기 뉴비젼」 안을 마련하면서 대학간 구심점 확보를 위한 학원연구도시 중심 센터 건립, 경산.하양에 시범 대학촌 건립 등 계획을 수립했으나 예산부족과 뉴비젼안이 오는 2016년 시행 목표란 이유 등으로 뒷짐져 현재 시행된 것은 없다.

대학 문화 공간이 없고 대학. 지역사회. 지자체간 협의체는 물론 공식 대화 체널조차 제대로 없어 대학과 지자체간, 대학 상호간은 구심점을 찾지 못해 각종 현안 발생시 헤게모니 쟁탈전을 펴는 듯한 부정적 현상으로 흘러 대학과 연계한 지역 발전은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영남대 우동기 발전협력처장은 『6개 대학이 있는 일본 팔왕자(八王子)시 경우 시가 대학간 연구교류센터, 대학촌 조성 등 대학의 문화. 생활 공간을 완벽히 제공하는 등 모든 행정을 대학에 맞춰 추진해 유기적 연계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역개발학과 최외출 교수는『문화 공간 부족으로 흩어진 대학들이 집합하기 위해선 대학과 지자체간, 대학 상호간 대화망 구축이 가장 급선무인데 이는 해당 지자체의 몫이자 역할』 이라 전제하고 대학간 문화 및 대화 체널 형성, 세미나 개최가 가능한 아카데미 센터 설립, 대학 문화촌 조성, 대학과 지역이 공유할 수 있는 각종 경연 및 문화 대회 마련 등을 구체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구가톨릭대 사회매체학부 박승길 교수는『경산과 하양에 대학간 상징 공간 중심과 대학 문화가 없는 점은 대학생 및 교직원들의 생활권을 대구로 빼앗기는 가장 큰 원인이며, 대학간 구심점 확보와 대학 위상 정립에도 어려움이 많다』며 대학. 지역사회. 지자체간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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