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맡은 바 임무를 제대로 했었던들 소름끼치는 IMF를 맞이 하지 않았을 것이며 오늘날과 같은 부실기업과 금융의 대혼란으로 150조원이라는 돈을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배경없고 재수없는 공무원의 목만 잘라 내는 사정(司正) 또한 필요 없을 것이다. 진심으로 탈세없는 사회를 원한다면 김대중 대통령과 국세청장부터 모든 수입과 지출을 수표로 하도록 하라. 세무사찰을 제일 먼저 받아야 할 대상은 잘사는 세무공무원 출신들과 실세를 쥐고 있는 부패한 정치가, 고급관료들과 부패한 상류사회임을 모르는가. 부패한 관료들에게 시달림을 당하며 썩은 정치권과 관료 및 재벌들이 나와 나의 종업원들의 피와 땀으로 만든 세금으로 치부하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나는 폐업을 하기로 결심을 했다"
제이손산업주식회사 대표이사 이영수씨가 신문광고에 게재한 마지막 구절이다.
##어느 중소기업인의 겁없는 분노
이씨는 26년간 골프용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중소기업인으로 지난 93년 '참다운 금융실명제'를 필두로 고강도의 사회비판성 신문광고를 낸 화제의 인물이다. 97년엔 노동법개정과 관련한 총파업을 비난하는 '파업이 옳은가', 검찰을 겨냥한 '마피아의 총대로 만든 잣대', 정치인을 겨냥한 '인간답지 못한것들'이란 제목으로 이따금씩 개인소신을 신문광고를 통해 피력해온 인물이다. 이번의 광고는 그 직접적 동기가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5억9천만원의 세금납부통보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는 것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정부의 경제실정, 공직과 정치권의 부패에 대한 분노로 꽉 차 있다. IMF를 부른 원인을 탓하는 것으로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격분에 찬 논조로 피력한 내용으로봐 '문민정부'와 현 '국민의 정부'를 섭렵한 비판이라 해야 옳을 것 같다.
이 광고문안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야인(野人)도 아닌 기업인이 어떤 불이익까지 각오하면서 이렇게 정부를 비판한다는게 쉽지 않다는데 주목하고자 한다. 그는 자기의 평생사업을 아예 폐업하기로 작정하고 할말은 해야 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이 광고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 광고에 대해 혹자는 "기업한다는 사람이 철도 없이 도대체 무서운걸 모르나…"하는 반응도 일부 있다. 또는 "뭐 세상사가 다 그런것 아니냐, 털어 먼지 안나는 기업이 있을까" "그 사람 지금 어떤 세상인데 함부로 날뛰길 날뛰나? 과연 성할까 모르겠네?""모난 정이 돌을 먼저 맞기 마련인데…뭐 자기만 청렴하고 남은 모두 썩었단 말인가?" "오죽 억울했으면 그런 광고까지 냈을까. 참, 딱한 노릇이네""자기기업이나 잘 챙기면 그만이지 공직자를 온통 썩은 무리로 몰다니…""다른건 몰라도 대통령까지 끌고 들어간 건 너무한 것 아닌가?""참 겁대가리 없는 사람이구먼, 뜨거운 맛을 봐야 정신차리나?" 비난.동정이 뒤섞인 반응들이 갖가지로 나오고 있는게 사실이다. 문제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오죽했으면…'이란 단서아래 그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선 "내 속이 후련하네, 구절구절 바른소리 아닌가?"라는 대리만족하는 계층들도 의외로 많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게 바로 살아 숨쉬는 민심의 흐름이다.
##국민의정부 국민의소리 귀담아야
만약 정권 책임자들이 이 민심의 흐름을 '삐딱한 사고에 젖어 있는 장사꾼'의 허튼소리에 현혹된 현상으로 치부한다면 우리가 처해진 절박한 난국은 좀체 헤쳐나가기 어렵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부연하면 이 정권에서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말에 다름아닌 것이다. '이런 민심'이 있는 현장의 근처에는 가보지도 않고 무슨 국정쇄신 대책이 나오나. 맨날 그러니 탁상공론밖에 더 나오나. '지역유지'를 만나고 '영향력있는 인사들'에게서 '바른소리'가 나온다고 기대한다면 그건 그야말로 '남의 다리 긁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론이 심각하다, 좋지않다"는 막연한 실체가 뭣인지도 모르고 무슨 대책이 나오는가. 택시도 타보고, 버스에 시달려 보기도 하고, 시장 바닥에도 가보고, 생산현장의 근로자들 얘기도 듣고, 대폿집에도 가보고, 반상회도 가봐야지 생생한 서민들의 애환이 들리는 법이다. 그런데 정부에 해대는 '서민들의 불만'까지 이젠 경찰은 유언비어 유포로 단속하겠다는 '유신잔재의 발상'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아예 국민의 입을 틀어막자는 의도가 아닌가.
'과잉충성'이 빚어낸 비극을 우리는 몇번이나 경험한바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다스리는 나라에서 '언론탄압'이 될법한 소리인가.
솔직하게 털어놓고 '모든 국민들이 함께 고민하자'는 정도(正道)를 왜 외면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참모들을 잘못둔 것인지, 대통령이 애써 외면하는 것인지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설사 비관적이라 해도 우리는 대통령의 진실에 바탕을 둔 난국타개 국정 해법을 솔직하게 듣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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